[4.16가족들을 소개합니다] 세상의 안녕을 바라는 모든 말들이 모이는 곳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확대운영위원회
글 강곤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
얼추 2년 전인 2022년 10월 11일. 안산 단원구 초지동, 단원구청 건물을 지나 안산 산 업지원단지 옆에 자리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 도착했다. 아직 회의가 열리기 30분 전쯤인 오전 9시 반. 확대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두어 번 이 회의를 참관
한 적은 있지만 오늘 사뭇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 숙한 얼굴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낯 선 이들이 절반 이상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확대운영위원회와의 만남
테이블에 미리 복사해놓은 두툼한 회의 안건지를 집어 드니 4 번째 순서에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의 ‘가족협의회 10주 년 백서 발간 제안 보고’ 안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앞 순번 으로 ‘세월호참사 10주기 영상제작 기획보고’ 안건을 위해 와 있는 연분홍치마의 김일란 감독과 눈인사를 나눴다. 4.16미디 어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그이 역시 긴장한 티가 역력했 다. 그날을 시작으로 작가기록단은 근 1년 반 가량 백서 작업을 위해 시기별, 분야별로 몇 차례의 워크숍을 함께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각자 쓴 원고 초안을 들고 사실 확인과 의견 수렴 을 위해 다반사로 확대운영위원회에 들락거리게 되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확대운영위원회는 반대표들로 구 성된 운영위원회와 진상규명부서장, 추모사업부서장, 대외협 력부서장, 회원조직사업부서장 등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함께하는 자리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 달에 격주로 2번 화 요일 오전에 모인다. 구성원 중에는 참사 초기부터 계속 활동 을 해온 가족도 있고, 초창기에는 함께하지 못했으나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활동에 참여한 가족, 활동을 하다 중간에 휴지 기를 가졌던 가족까지 각자가 맡은 직책과 역할만큼이나 다양 한 이력과 생각, 관점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다. 그렇다 보니 확대운영위원회가 가족들의 10년사를 기록하는 데 작가기록 단과의 최적의 파트너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임원회의에서 확대운영위원회로
2014년 세월호참사 직후 진도 팽목항에 모여 있던 부모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13인의 대표’로 불렸던 ‘세월호 실종자 학부 모 대책본부’가 꾸려졌고, 경기도 안산에서는 4월 20일경 가 칭 ‘세월호 희생자 유족대책위원회(준)’이 만들어졌지만 조직 이 제대로 정비된 것은 5월 중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로 전환하면서이다.
대책위원회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가족대책위원회 는 단원고 희생학생의 부모 모임이라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 어 일반인 생존자까지 아우른 모임이 되었으며, 그 회원 자격 은 희생자와 실종자, 생존자의 직계 혈족과 형제자매로 하되 친인척 등 방계 혈족과 실제 양육자 등도 회원이 될 수 있게 했다. 그때 만들어진 회칙을 살펴보면 대책위원회의 최고 의사결 정기관은 회원 총회로 하며, 한부모 가정을 비롯해 가족마다 인원수가 다른 만큼 의결권은 한 가족 당 한 표로 규정하는 등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인 고민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리고 위원장과 대변인, 진상규명, 심리생계 지원, 장례지원 등 의 역할을 맡은 부위원장들과 반대표들이 임원이 되었으며 임 원회의가 일상적인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가 되 었다.
2014년 하반기 대리기사 폭행사건,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각 종 현안이 하루에도 몇 건씩 터져 나오고 거리에서 행진과 농 성이 일상이었던 시기였던 만큼 거의 매주 회원 총회가 열렸 으며 임원회의 또한 수시로 소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 간이 지나면서 좀 더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는 체계적 조직에 대한 내부적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외 부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때로는 노골적이고 때로는 은밀한 탄압과 비협조 속에 법적 권한과 책임에서 한계가 명확한 임 의단체로서의 불안정함이 혹시 모를 불안감을 키우고 있었다. 2015년 1월 25일, 가족대책위원회가 총회를 열고 ‘사단법인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 족협의회’를 설립한 까닭이다.
단체나 모임이 법인으로 바뀐다는 것은 법인격을 가지고 권리 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관 작성, 주무관청 의 허가, 총회와 이사회를 통한 운영과 예결산 집행 등 전 과정 에서 주무관청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 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조직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 투명한 운영이 강제됨에 따라 보다 안정성이 보장되며 법인 명의의 계좌 개설, 후원금 모금도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 에서 길게 추모사업의 그림까지 그려야 했던 가족들로서는 피 할 수 없이 걸어야만 했던 길인 것이다.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주무관청은 상식적으 로는 해양수산부 또는 안산시가 되어야 했지만 박근혜 정권 아래서 두 곳을 비롯한 어떠한 기관도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1년이 지난 후에야 서울시를 통해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창립총회 이후 임원회의는 확대운영위원회로 개편 되었으며 이후 지금까지 확대운영위원회는 실질적인 사단법 인의 이사회 역할을 맡고 있다.
과정을 소중히 다지는 민주주의의 장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부서, 추모사업부서, 대외협력부서, 회 원조직부서 등 집행부서가 사람으로 치면 팔다리와 같은 역할을 맡아왔다면, 각 반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하고, 결정된 사항을 다시 회원들에게 이해시키고 참여를 독려하는 등 신경과 혈 관의 기능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외협력부서장을 맡고 있는 창현 어머니 최순화 씨는 “운영위원회와 집행 위원회, 이 두 모임이 함께 모여 회의하는 게 확대운영위원회인데 가족협의회를 버터게끔 한, 그리고 지금도 버티고 있는 든든한 기둥”이라고 이야기한다. 요즘 확대운영위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는 것은 곧 착공할 예정인 4.16생명안전공 원에 대한 것이다. 착공식을 전후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확대운영위원회에는 가족들의 든든한 이웃이자 동지인 4.16연대와 4.16안 산시민연대, 4.16재단과 온마음센터, 그리고 4.16기억저장소도 함께 머리를 맞 대고 회의에 참여한다. “처음부터 참여했던 것은 아닌데, 이런 단체들도 함께 참 여하면서 이제 4.16운동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 확운위가 되었죠. 회 의만이 아니라 서로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확인하는 자리가 확운위기도 하고요.”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의 말이다. “무엇보다 확운위는 가족협의회의 민주주 의의 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을 결정하는데 참 답답하게 보일 정도로 지난 한 과정을 거치지만, 온갖 불평과 불만까지 투덜댈 수 있는 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결정이 더 무게를 갖게 되거든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가족들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요.”
10년 경험과 투쟁 속에서 성장하고 확장하는 확대운영위원회.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그리고 4.16운동이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기획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이곳을 보면 알 수 있다.
[4.16가족들을 소개합니다] 세상의 안녕을 바라는 모든 말들이 모이는 곳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확대운영위원회
글 강곤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
얼추 2년 전인 2022년 10월 11일. 안산 단원구 초지동, 단원구청 건물을 지나 안산 산 업지원단지 옆에 자리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 도착했다. 아직 회의가 열리기 30분 전쯤인 오전 9시 반. 확대운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두어 번 이 회의를 참관
한 적은 있지만 오늘 사뭇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 숙한 얼굴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낯 선 이들이 절반 이상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확대운영위원회와의 만남
테이블에 미리 복사해놓은 두툼한 회의 안건지를 집어 드니 4 번째 순서에 4.16세월호참사작가기록단의 ‘가족협의회 10주 년 백서 발간 제안 보고’ 안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앞 순번 으로 ‘세월호참사 10주기 영상제작 기획보고’ 안건을 위해 와 있는 연분홍치마의 김일란 감독과 눈인사를 나눴다. 4.16미디 어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던 그이 역시 긴장한 티가 역력했 다. 그날을 시작으로 작가기록단은 근 1년 반 가량 백서 작업을 위해 시기별, 분야별로 몇 차례의 워크숍을 함께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각자 쓴 원고 초안을 들고 사실 확인과 의견 수렴 을 위해 다반사로 확대운영위원회에 들락거리게 되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확대운영위원회는 반대표들로 구 성된 운영위원회와 진상규명부서장, 추모사업부서장, 대외협 력부서장, 회원조직사업부서장 등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함께하는 자리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한 달에 격주로 2번 화 요일 오전에 모인다. 구성원 중에는 참사 초기부터 계속 활동 을 해온 가족도 있고, 초창기에는 함께하지 못했으나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활동에 참여한 가족, 활동을 하다 중간에 휴지 기를 가졌던 가족까지 각자가 맡은 직책과 역할만큼이나 다양 한 이력과 생각, 관점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다. 그렇다 보니 확대운영위원회가 가족들의 10년사를 기록하는 데 작가기록 단과의 최적의 파트너가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임원회의에서 확대운영위원회로
2014년 세월호참사 직후 진도 팽목항에 모여 있던 부모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13인의 대표’로 불렸던 ‘세월호 실종자 학부 모 대책본부’가 꾸려졌고, 경기도 안산에서는 4월 20일경 가 칭 ‘세월호 희생자 유족대책위원회(준)’이 만들어졌지만 조직 이 제대로 정비된 것은 5월 중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로 전환하면서이다.
대책위원회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가족대책위원회 는 단원고 희생학생의 부모 모임이라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 어 일반인 생존자까지 아우른 모임이 되었으며, 그 회원 자격 은 희생자와 실종자, 생존자의 직계 혈족과 형제자매로 하되 친인척 등 방계 혈족과 실제 양육자 등도 회원이 될 수 있게 했다. 그때 만들어진 회칙을 살펴보면 대책위원회의 최고 의사결 정기관은 회원 총회로 하며, 한부모 가정을 비롯해 가족마다 인원수가 다른 만큼 의결권은 한 가족 당 한 표로 규정하는 등 매우 다양하고 구체적인 고민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리고 위원장과 대변인, 진상규명, 심리생계 지원, 장례지원 등 의 역할을 맡은 부위원장들과 반대표들이 임원이 되었으며 임 원회의가 일상적인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가 되 었다.
2014년 하반기 대리기사 폭행사건,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각 종 현안이 하루에도 몇 건씩 터져 나오고 거리에서 행진과 농 성이 일상이었던 시기였던 만큼 거의 매주 회원 총회가 열렸 으며 임원회의 또한 수시로 소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 간이 지나면서 좀 더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는 체계적 조직에 대한 내부적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외 부적으로는 박근혜 정권의 때로는 노골적이고 때로는 은밀한 탄압과 비협조 속에 법적 권한과 책임에서 한계가 명확한 임 의단체로서의 불안정함이 혹시 모를 불안감을 키우고 있었다. 2015년 1월 25일, 가족대책위원회가 총회를 열고 ‘사단법인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 족협의회’를 설립한 까닭이다.
단체나 모임이 법인으로 바뀐다는 것은 법인격을 가지고 권리 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관 작성, 주무관청 의 허가, 총회와 이사회를 통한 운영과 예결산 집행 등 전 과정 에서 주무관청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 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조직의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 투명한 운영이 강제됨에 따라 보다 안정성이 보장되며 법인 명의의 계좌 개설, 후원금 모금도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 에서 길게 추모사업의 그림까지 그려야 했던 가족들로서는 피 할 수 없이 걸어야만 했던 길인 것이다.
사단법인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주무관청은 상식적으 로는 해양수산부 또는 안산시가 되어야 했지만 박근혜 정권 아래서 두 곳을 비롯한 어떠한 기관도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1년이 지난 후에야 서울시를 통해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창립총회 이후 임원회의는 확대운영위원회로 개편 되었으며 이후 지금까지 확대운영위원회는 실질적인 사단법 인의 이사회 역할을 맡고 있다.
과정을 소중히 다지는 민주주의의 장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부서, 추모사업부서, 대외협력부서, 회 원조직부서 등 집행부서가 사람으로 치면 팔다리와 같은 역할을 맡아왔다면, 각 반 대표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하고, 결정된 사항을 다시 회원들에게 이해시키고 참여를 독려하는 등 신경과 혈 관의 기능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외협력부서장을 맡고 있는 창현 어머니 최순화 씨는 “운영위원회와 집행 위원회, 이 두 모임이 함께 모여 회의하는 게 확대운영위원회인데 가족협의회를 버터게끔 한, 그리고 지금도 버티고 있는 든든한 기둥”이라고 이야기한다. 요즘 확대운영위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는 것은 곧 착공할 예정인 4.16생명안전공 원에 대한 것이다. 착공식을 전후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확대운영위원회에는 가족들의 든든한 이웃이자 동지인 4.16연대와 4.16안 산시민연대, 4.16재단과 온마음센터, 그리고 4.16기억저장소도 함께 머리를 맞 대고 회의에 참여한다. “처음부터 참여했던 것은 아닌데, 이런 단체들도 함께 참 여하면서 이제 4.16운동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 확운위가 되었죠. 회 의만이 아니라 서로 서로의 안부와 안녕을 확인하는 자리가 확운위기도 하고요.”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의 말이다. “무엇보다 확운위는 가족협의회의 민주주 의의 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을 결정하는데 참 답답하게 보일 정도로 지난 한 과정을 거치지만, 온갖 불평과 불만까지 투덜댈 수 있는 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결정이 더 무게를 갖게 되거든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가족들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요.”
10년 경험과 투쟁 속에서 성장하고 확장하는 확대운영위원회.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그리고 4.16운동이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기획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이곳을 보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