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 13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명시된 ‘추모공원 조성 및 추모기념관 건립’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나서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존중과 안전사회 건설의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4·16재단에서는 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매월 공사가 진행되는 소식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공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합니다.
아픔을 기억하며 배운 삶, 약속을 새길 공원을 기다리며
안산에 살면서 나는 늘 ‘기억’이라는 단어를 가까이 두고 살아왔다. 세월호참사를 겪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마음 한켠에 같은 물결이 계속해서 출렁이는 삶이었다.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감정이 조용히 흐르며 나의 일상과 생각을 바꾸어놓았다.
“이제 4월은 옛날의 4월이 아니다.” 그 노랫말처럼 세월호참사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생겼고, 연대하고 싸우는 활동가의 삶을 선택했다. 국가의 부재를 목격하며 느꼈던 분노, 그리고 서로의 곁에서 묵묵히 서 있는 시민들의 연대는 나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그 용기를 품고 지금까지 사람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살아왔다.
내가 활동하는 단체 ‘평등평화세상 온다’ (이하 ‘온다’) 에서는 매년 4월이면 자연스럽게 4.16을 기억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노래를 부르고, 피켓을 들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함께 그려보기 위해 노력해왔다. 작년 10주기에는 온다가 100여 명의 안산 청년들을 만나 우리가 살아온 10년을 함께 이야기했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안산청년들이 함께 만든 4.16생명안전 선언’을 만들었다.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참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 현장에 건 ‘안산청년 4.16생명안전 선언’ 현수막 >
그리고 이제, 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생명안전공원은 단순한 추모 공간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가족들과 시민들의 연대, 그리고 지치지 않은 투쟁이 모여 만들어낸 결실이다. 그 과정을 알기에 더욱 감격스럽고, 무엇보다 소중하다. 생명안전공원은 ‘추모와 기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새롭게 정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씨랜드 화재참사 추모비를 찾았을 때, 설명도 부족하고 머무를 자리도 없어 홀로 덩그러니 놓인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10.29이태원참사 현장을 지나며 느꼈던 씁쓸함 또한 비슷했다. 참사 현장은 사람들 속에 있지만, 정작 ‘기억’은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떠 있는 듯했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할 수 없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우리는 기억이 왜 필요한지, 왜 사회가 기억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지 이미 여러 경험으로 알고 있다. 참사는 국가의 부재를 드러냈고, 삶과 안전의 가치를 일깨웠으며, 투쟁의 과정을 통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1년이 되어가는 비상계엄 사태도 ‘과거의 기억’이 있었기에 막아낼 수 있었다. 기억은 삶의 일부이자 우리가 잘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태도다.
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기억을 지우거나 숨기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억이 일상이 되고, 각자의 삶과 연결되고, 결국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 공원은 아픔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받아주는 공간, 세월호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겪어온 모든 참사를 함께 바라보며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을 이어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슬픔만 머무는 곳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배우고 약속하는 ‘미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이 공원을 자연스럽게 찾았으면 좋겠다. 산책하다 들러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안전 교육을 받으러 와도 좋고, 조용히 쉬러 와도 좋다.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곳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에서 숨 쉬는 공간이 될 때, 기억은 의무가 아닌 생활이 된다.
안산에 이런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기억이 일상이 되고, 생명안전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다면 우리의 일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하루빨리 생명안전공원이 완공되길 바란다. 세월호를 기억하며 배운 마음들, 온다에서 함께해온 시간들, 시민으로서 느껴온 책임감들을 그 공간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다. 공간에서 우리의 기억이 더는 고립되지 않고, 서로에게 건네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온다 회원들과 함께 참여한 4.16생명안전공원 별빛걷기 >
**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
4.16생명안전공원의 11월 공사 현장 (2025.11.25.)
어느덧 찬바람이 불고 단풍도 지는 겨울 초입이네요. 생명안전공원은 대형장비 반입과 안전한 통행을 위해 산업역사박물관 입구쪽으로 별도의 공사차량 통행로를 만들었습니다.
이 곳을 통해 중장비가 이동하고 있으며, 부지에서는 기초 지반 공사를 위해 땅을 정리하고 다지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사진을 보면 대략 건물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는지 모양이 조금 보이네요. 재단에서는 앞으로도 공사 과정을 계속 공유하겠습니다.
11월
2025년 2월 13일.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열렸습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명시된 ‘추모공원 조성 및 추모기념관 건립’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년이 지나서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존중과 안전사회 건설의 이정표가 될 4.16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4·16재단에서는 공원이 완공될 때까지 매월 공사가 진행되는 소식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공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합니다.
안산에 살면서 나는 늘 ‘기억’이라는 단어를 가까이 두고 살아왔다. 세월호참사를 겪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마음 한켠에 같은 물결이 계속해서 출렁이는 삶이었다.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된다는 감정이 조용히 흐르며 나의 일상과 생각을 바꾸어놓았다.
“이제 4월은 옛날의 4월이 아니다.” 그 노랫말처럼 세월호참사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생겼고, 연대하고 싸우는 활동가의 삶을 선택했다. 국가의 부재를 목격하며 느꼈던 분노, 그리고 서로의 곁에서 묵묵히 서 있는 시민들의 연대는 나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그 용기를 품고 지금까지 사람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살아왔다.
내가 활동하는 단체 ‘평등평화세상 온다’ (이하 ‘온다’) 에서는 매년 4월이면 자연스럽게 4.16을 기억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노래를 부르고, 피켓을 들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세월호 이후의 세상을 함께 그려보기 위해 노력해왔다. 작년 10주기에는 온다가 100여 명의 안산 청년들을 만나 우리가 살아온 10년을 함께 이야기했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안산청년들이 함께 만든 4.16생명안전 선언’을 만들었다.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참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 현장에 건 ‘안산청년 4.16생명안전 선언’ 현수막 >
그리고 이제, 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생명안전공원은 단순한 추모 공간이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가족들과 시민들의 연대, 그리고 지치지 않은 투쟁이 모여 만들어낸 결실이다. 그 과정을 알기에 더욱 감격스럽고, 무엇보다 소중하다. 생명안전공원은 ‘추모와 기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새롭게 정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씨랜드 화재참사 추모비를 찾았을 때, 설명도 부족하고 머무를 자리도 없어 홀로 덩그러니 놓인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10.29이태원참사 현장을 지나며 느꼈던 씁쓸함 또한 비슷했다. 참사 현장은 사람들 속에 있지만, 정작 ‘기억’은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떠 있는 듯했다.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할 수 없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우리는 기억이 왜 필요한지, 왜 사회가 기억을 중심에 두어야 하는지 이미 여러 경험으로 알고 있다. 참사는 국가의 부재를 드러냈고, 삶과 안전의 가치를 일깨웠으며, 투쟁의 과정을 통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1년이 되어가는 비상계엄 사태도 ‘과거의 기억’이 있었기에 막아낼 수 있었다. 기억은 삶의 일부이자 우리가 잘 살아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태도다.
생명안전공원이 잘 만들어진다면 우리는 기억을 지우거나 숨기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억이 일상이 되고, 각자의 삶과 연결되고, 결국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이 공원은 아픔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받아주는 공간, 세월호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겪어온 모든 참사를 함께 바라보며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는 마음을 이어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슬픔만 머무는 곳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배우고 약속하는 ‘미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이 공원을 자연스럽게 찾았으면 좋겠다. 산책하다 들러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안전 교육을 받으러 와도 좋고, 조용히 쉬러 와도 좋다.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곳이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에서 숨 쉬는 공간이 될 때, 기억은 의무가 아닌 생활이 된다.
안산에 이런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기억이 일상이 되고, 생명안전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다면 우리의 일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하루빨리 생명안전공원이 완공되길 바란다. 세월호를 기억하며 배운 마음들, 온다에서 함께해온 시간들, 시민으로서 느껴온 책임감들을 그 공간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싶다. 공간에서 우리의 기억이 더는 고립되지 않고, 서로에게 건네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온다 회원들과 함께 참여한 4.16생명안전공원 별빛걷기 >
** 4.16생명안전공원 건립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
4.16생명안전공원의 11월 공사 현장 (2025.11.25.)
어느덧 찬바람이 불고 단풍도 지는 겨울 초입이네요. 생명안전공원은 대형장비 반입과 안전한 통행을 위해 산업역사박물관 입구쪽으로 별도의 공사차량 통행로를 만들었습니다.
이 곳을 통해 중장비가 이동하고 있으며, 부지에서는 기초 지반 공사를 위해 땅을 정리하고 다지는 작업을 진행중입니다. 사진을 보면 대략 건물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는지 모양이 조금 보이네요. 재단에서는 앞으로도 공사 과정을 계속 공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