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QnAQ9. ‘유가족들은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2021-10-14


Q9. ‘유가족들은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A.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가족협의회가 원하는 결론이 따로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치 고구마 백 개를 한 번에 먹은 듯 답답하다 못해 복장이 터질 지경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누군가 고의로 배를 침몰시켰고, 누군가 고의로 구하지 말고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결론이 나와야만 믿을 것이다.” “세월호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에 보냈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거야? 겨우 교통사고 갖고 이미 다 망한 정권을 들쑤시는 건 너무한 거 아냐? 나라를 위해 죽은 것도 아니고. 그러니 정치적 이라는 말을 듣지.”

거꾸로 되묻겠습니다.
이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이 고의로 살해당했다는 결론을 원합니까? 그런 결론이 나오면 “속 시원하다” 쾌재를 부를 부모가 있습니까? 그런 부모가 진짜 부모입니까? ‘고의로 침몰시키고 죽였다’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둘 중 어느 것을 그나마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떠한 결론이 나오든 그 결론을 믿을 수 있도록 수사·조사 과정을 알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뿐입니다. 모든 의혹과 질문에 대해 불신의 여지가 티끌만도 없을만큼 철저하게 조사하고 수사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피해자가 진상규명의 주체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조사와 수사 과정을 상시적으로 확인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특별한 요구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이며, 국가는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회는 피해자가 진상규명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단 한 번의 조사와 수사로 진실을 밝히고, 진실에 기반한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 여러분들은 세월호참사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안전한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유가족들은 사회구성원 중 하나로서 안전한 사회를 확실히 정착시키기 위한 역할을 하면서 내 아이를 만나러 가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하고 감옥에 보냈으면 됐지...”하는 말도 정말 기가 찰 뿐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재판받는 이유 중에 세월호참사는 없습니다. 세월호참사가 국정농단의 실체를 드러나게 한 여러 단초들 중 하나였고 촛불시위의 주요한 이슈 중 하나였던 것은 맞지만 여전히 우리는 세월호참사 당시 컨트롤타워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참사 당시에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청와대와 정보기관을 조사할 수 없었고 검찰은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정권을 치워야만 비로소 진상규명 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간절한 염원으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했으니 이제 다 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으면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