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활동 소식[활동보고] 우리가 만드는 생명안전기본법 워크숍 with 누구나노조지회

[활동보고] 우리가 만드는 생명안전기본법 워크숍 with 누구나노조지회
⏰일시 : 2025. 9. 24. (수) 저녁 7시 반
🗺️ 장소 : 후정교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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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4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수요일 저녁, 구로구에 우뚝 서 있는 건물 2층 후정교육관에서 생명안전기본법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워크숍 시작 30분 전부터 누구나노조지회 조합원분들이 강의장을 가득 채워주셨어요.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문장이 자수로 새겨진 조끼를 입은 조합원 분들은 비가 우산 속까지 들이차는 날씨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반짝반짝 빛나는 에너지를 내뿜으며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와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를 반갑게 환영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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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안전기본법 워크숍에 참여한 두 조합원분들이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1. 박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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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4.16연대에서 주최하는 생명안전기본법 워크샵에 참가했던 전국민주일반노조 누구나노조지회 운영위원 박치민이라고 합니다. 사실 해당 강의의 제목만 보고서는 어떤 것이 진행될지, 어떤 내용이 중점이 될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14년의 그날 이후로 참사와 관련해 어떤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고, 때문에 해당 법안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실은 그저 안전교육의 일환이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 밖의 것들을 생각하고 찾아보고 알아보기에 세월호는 제 삶에서 지나치게 크고 무거운 기억이었습니다. 언급하기 꺼려지고, 실은 무섭고, 기억 속에서 어떤 응어리를 억지로 꺼내는 것처럼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감정으로 가득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말조차, 살면서 용기내어 꺼내어 보는 것이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저는 16일 그날 학교에 있었습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었으니 들뜬 기분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물론 구조 소식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도 안 다쳐서 다행인데, 이렇게 되면 우리가 가야 하는 수학여행도 취소가 되는 것은 아니냐며, 그런 말들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간이 지나고, 오보가 수정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추악이 드러날 때 농담을 하던 이들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화면을 바라보며, 숫자가 멈추기는 할까, 그런 생각조차 겨우 하며 그저 가만히 넋을 놓고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그날이 지나갔습니다. 어떻게든 지나갔습니다. 2년 후에 탄핵 집회가 열렸고 저는 대학에 갔지만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천막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서울에 들릴 때마다 종종 갔습니다. 가서 이름도 적고, 뭐라고 말이라도 적고 그렇게 나름대로 응어리를 풀고자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게 겨우 다였습니다. 후원을 한 것도 아니고, 단체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더 찾아본 것도 아니고 고작 그 정도뿐이었습니다. 그것이 못내 미안했습니다. 가끔 가족들이 특별법 이야기를 할 때 괜시리 화를 내는 것만, 내가 저깄었더라도 이렇게 말할 테냐며 역정을 내고, 하지만 그것조차 나 스스로가 불편하지 않고자는 심보인 건 아닐까, 항상 그런 것들이 미안했습니다. 

무기력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 식이라고, 혁명을 일으키고 대통령을 바꿨다고 해도 어차피 변하지 않을 거라고, 젊은 사람들이 아무리 외쳐도 사회의 벽은 그저 형태만 바꾼 채 굳건히 서 있기 마련이라고, 그렇게 되뇌이며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고, 내가 슬픈 건 아무것도 아니고 그건 이 시대가 사람들에게 남긴, 아물지 않는 흉터 같은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했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는 동안 10년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이라는 법안 하나,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참 뒤늦게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죄책감으로 치부하고 덮어 놓았던 곳에서, 제가 보려고 하지 않았던 어딘가에서 세상은 조금씩 그러나 계속 진보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무엇인지, 안전약자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정의하고 합의하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나,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감격이라고 해야 하나, 감동이라고 해야 하나, 사실 얼떨결에 그런 단어들을 쓰긴 했지만 아직도 정확히 뭐라고 표현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제라도 알게 된 것에 감사하고, 조금은 덜 부끄럽게 되길 바랍니다. 다른 동지가 말했던 것처럼, 저도 이런 얘기를 할 때 울음을 참을 수 있고, 참사를 참사로서 대할 수 있게 되고 싶습니다. 

듣게 되어서 정말로 감사한 교육이었습니다. 우리가 말하고 우리가 논하고 우리가 바랐던 이 사회의 모습이 진실로 이 땅에 실현되길 바라며, 그때까지 노력하는 여러 현장에서 언젠가 또 뵙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2. 신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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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참가자 후기를 작성하게 된 전국민주일반노조 누구나노조지회 운영위원 신현수입니다.

워크숍을 진행하고 하루가 지난 지금, 어제의 일을 다시 떠올려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중 제가 했던 얘기를 조금 더 길게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지역에서 세월호 관련 활동을 하면서 기뻤거나 의미 있다고 느껴졌던 순간을 공유해 주세요.’라는 질문에 저는 피케팅 선전전을 함께 한 유가족분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엔 그분을 활동가나, 연대하러 오신 분일 거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참사 11주기 집회 며칠 전이었던 당시엔 비가 자주 왔습니다. 실제로 선전전을 하는 날에도, 집회 당일에도 비가 많이 내렸고요. 그래서인지 그분은 옥상에 상추를 키우는데 이맘때 즈음엔 물을 안 줘도 돼서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저것 재배하며 겪은 여러움 등을 시시콜콜하게 말씀하시기도 하셨고요. 저는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옥상에서 재배를 하시다니 부지런하시다, 정도가 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전전이 종료되고 함께한 동지들을 소개해 주실 때 알았습니다. 유가족분이라는 걸. 그때부터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같이 피켓을 들었으니, 인사를 하러 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도망치듯 귀갓길에 올랐을 겁니다.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지 감히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야 그 말의 무게가 다가와서 도망쳤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제 워크숍에서 제 얘기를 들은 416연대 동지께서 “상추 누구야? 경빈 엄마야?”라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우습게도 ‘아, 내가 어려워할 문제가 아니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저희 동지들 사이에서도 특정 에피소드가 있으면 거기서 착안하여 동지들을 종종 별명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러하듯, 416연대 동지들도 그렇겠구나 싶어서 무거운 짐을 조금 내려놓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유가족분들을 대하기가 아직은 조심스럽고 어렵다는 김형은 동지의 말에 먼저 다가오셔서 어려워할 것 없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에, 옆에 있던 제가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동지’란 말은 한가지 동(同)에 뜻 지(志)를 씁니다.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음. 또는 그런 사람. 저도 416연대와 함께하는 동지가 되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저희에게 연대를 요청해 주세요. 시기가 어떻든 함께하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며 한 참가자는 “생명안전기본법이 단지 국회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삶을 지키는 구체적인 권리로 자리잡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이 단순한 법률을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전을 규정하는 약속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누구나노조지회와 함께한 워크숍은 참사 피해자와 노동자, 시민이 함께 안전사회를 상상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정하게 4.16연대에 후원금까지 모아 전달해주신 누구나노조지회에게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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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누구나노조지회 조합원들께 고마운 마음을 담아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김순길 사무처장(2-9진윤희 어머니)이 편지도 써주셨습니다. 여러분께도 공유 드립니다.


윤희 어머니의 편지

누구나노조지회 조합원들께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누구나노조지회 청년 여러분께

 

청년 여러분 안녕하세요?

최근 4.16 생명안전워크숍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돌아와 마음이 참 오래도록 머물렀습니다. 세월호 세대로 살아오며 죄책감 때문에, 또 유가족을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아 마음속에서 많은 갈등을 겪었다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0년이 훌쩍 지나는 시간동안 서로의 마음 돌봄과 치유의 과정은 생략된 체로 꼭꼭 숨겨두었던 그 마음을 표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이야기를 해준 용기에 응원을 보냅니다. 

 

하지만 여러분, 부디 죄책감은 내려놓으셔도 됩니다. 잘못은 여러분의 몫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 무거운 시간을 견뎌내며, 멀리서나마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함께 하려는 그 행동이 우리 가족들에게는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 여러분이 있어 저희는 희망을 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와 발걸음 속에서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은 가능하다’는 믿음을 확인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우리 모두에게 힘과 빛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죄책감 대신 희망을, 두려움 대신 용기를 품고 나아가 주십시오. 우리 엄마,아빠들도 끝까지 여러분들을 응원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늘 따뜻한 연대와 희망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고 진윤희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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