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고] 🎗️4.16청년아카데미 - 세월호와 민주주의 (참가자 후기) :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4.16연대 활동

2025-09-24

[활동보고]

🎗️4.16청년아카데미-세월호와 민주주의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함께 모여, 민주주의에 대해 말해보고 연결되는
4.16청년아카데미가 9/11부터 시작되었습니다!

4.16청년아카데미에 참여한 참가자분들의 후기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9/11

1강 4.16운동의 의미와 역사

🎗️4.16청년아카데미 1강 :

기억이 일상에 스며들도록. 4.16청년아카데미 첫날의 기록

2025. 9. 11. (목)
작성자 : 전희수 (4.16연대 청년모임)

4.16청년아카데미의 첫 강연을 시작하기 전, 우리는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평소 일상 속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자주 떠올리지는 못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분들을 기릴 수 있었다. 4.16청년아카데미의 첫시간이 무겁게, 뜻깊게 다가왔다.

아카데미의 첫 강연은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님이 열어주셨다.
“대한민국은 재난공화국”이라는 표현으로 강연을 시작하시며, 세월호참사 이전과 이후의 다양한 참사를 언급해주셨다. 선박 침몰, 화재, 건축물 붕괴 등 끝없이 나열되는 참사들을 들으며, 나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참사가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슬프게도 “재난공화국”이라는 말이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박 위원장님은 세월호참사 직후,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그 만남을 기점으로 지난 11년간 한국사회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해주셨다. 그중 하나로, “이제 한국사회는 참사를 바라볼 때, ‘사고’가 아닌 ‘사건’이라는 프레임을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재난의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다. 과거에는 참사로 인한 사람의 생사를 단순히 ‘운’의 문제로 여겼지만, 이제는 안전 예방과 대응의 부족으로 발생한 사회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식이 변화하기까지의 역사를 짧게나마 들으며, 단 한번의 ‘대충’도 없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진상규명을 위해 서명운동으로 전국을 돌았던 유가족과 그들을 도운 시민단체, 단식투쟁에 함께 연대한 시민들까지. 모두가 한마음을 모아왔다.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인권선언’은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담긴 피해자 권리 조항에 반영되었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1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하는 이유가 되었다.

또“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피해자와 유가족, 시민단체가 제대로 연대하지 못했다”며, 세월호참사 이후 큰 변화중 하나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연대 활동이 사회적 참사 대응의 새로운 연대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하셨다. 앞으로 이 연대 모델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졌다.

강연을 들으며 하나 인상깊었던 변화는 ‘추모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박 위원장님은 “추모공원은 현장성이 중요하다”며, 참사 현장과 동떨어진 곳이나 사람들이 찾기 어려운 장소에 조성된 추모공간은 쉽게 잊히게 된다고 설명하셨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내외 여러 추모공간을 참고해,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추모공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셨고, 그 결과로 안산 화랑유원지에 4.16생명안전공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

지난 4월 친구들과 4.16생명안전공원 부지를 방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공사 부지 앞에 덩그러니 고래와 별이 그려진 의자가 놓여 있었다.
‘왜 공원일까?'
그땐 막연히 생명안전공원이 ‘일상에서 추모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뚜렷이 그 이유를 알진 못했다.

강연 후 프로그램에서 한 참석자의 이야기를 듣고 확실히 알았다.
강연을 끝내고 우리는 각자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 키워드와, 그 키워드가 세월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그는 4.16합창단 오디션을 준비하며 세월호 가족분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드렸고, 유가족은 합창으로 답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는 그때의 감동을 간직하고 있다며,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이자 세월호를 기억하는 키워드로 ‘감동’을 꼽았다. 세월호 참사가 더 많은 시민들과 연결되기 위해선 각자의 삶 속에 연결되고 스며들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생명안전공원 추모공간에서 세월호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곳을 산책하며 일상에 겹쳐 새롭게 기억을 쌓아가는 과정은 슬픔뿐 아니라 또 다른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풍성해진 기억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연대하는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이러한 실천들이 지속적이고 새로운 추모문화로 자리 잡아, 세월호참사가 미래 역사 속에서도 살아 있는 참사로 남기를 바란다.

세월호 세대인 우리는 어떤 연대와 추모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세월호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 어떻게 세월호를 인식시키고 연대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함께 기억하기 위해 오늘과 같은 강연을 듣고 주변에 알리는 것도 연대의 방식이 아닐까.
되도록 청년 아카데미를 빠지지 않고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앞으로 어떻게 연대를 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강연이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한국 사회는 과거형 재난(부정부패, 비리로 안전 대책이 미흡해 발생하는 재난)과 미래형 재난이 결합해 특별히 위험한 사회”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작된 사회적 연대를 통해, 언젠가는 이 문장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길 바란다.

“한국 사회는 과거형 재난과 미래형 재난의 결합 속에서도 시민의 연대를 통해 안전한 사회로 변화했다”고.

🎗️4.16청년아카데미 1강 현장 사진 보러가기

후기를 작성해주신 4.16연대 청년모임 전희수님께 감사드립니다!

9/18 2강

기억공간투어 & "세월호, 광장 그리고 민주주의"

🎗️4.16청년아카데미 2강 :
빗방울이 모여 이룬 무지개가 지킬 세상, 빛의 혁명을 기억하며

작성자 : 김예림 (다행🍀)

작성일 : 25.09.23.

4.16 청년아카데미 두 번째 시간.

‘기억공간 투어’와 ‘세월호, 광장, 민주주의’ 강연에 참여했다. 기자를 꿈꾸며 세월호와 사회적 참사를 공부하던 중, 희생자를 추모하는 발걸음을 함께하며 이해를 넓힐 수 있어 소중했다. 그해 봄 팽목항에 가지 못했던 죄책감이 여전히 남아 있었는데, 이번 기억공간 투어 덕분에 다시 기억하고 더 깊이 관심을 갖게 됐다. 앞으로 안전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참사 추모공간 ‘기억과 빛’에서

안전한 사회를 위해, 비추는 빛의 의미

아카데미의 첫 시작은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 추모공간 투어였다.
‘기억과 빛’에서의 ‘빛’은 지난 윤석열 탄핵광장에서의 응원봉의 빛처럼 박근혜 탄핵광장에서의 촛불을 의미한다. 빛들이 모여 세월호 참사의 약속과 기억을 지켜내고, 또 앞으로 지켜내겠다는 염원으로 지어졌다고 했다.

참사가 있던 그해 봄, 나는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18살이었다. 300명이 넘는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 분노했다. 그렇게 11년, 대학생이 되던 해 촛불집회 참여와 탄핵까지. 연대의 힘을 몸소 경험했고, 세상이 바뀌는 과정을 체감했다.

세월호참사 가족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족분들이 ‘진상규명’을 외치는 이유를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됐다.
‘진상규명’을 통해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똑같은 참사를 막아야 한다는 외침을.
국가의 책임과 사회 안전망의 부재를 드러내고, 그 피해자들이, ‘사회의 안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는 걸.
가족들은 이제 더 나아가 미래 세대와 남겨진 우리를 위해 아픔을 딛고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모든 생명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헌법 가치 보장 수호를 위해서.

그 세월의 봄, 노랑 나비의 나비효과

250명의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패 옆에 유가족 어머님이 적은 편지가 눈에 띄었다.

〈우리 잘 지내요〉
너희 없는 봄, 처음엔 너무도 무서웠지.
이젠 아주 조금 봄이 기다려진단다. 너희 이렇게 올 걸 아니까.
…(중략)…
돌아오는 봄은 너희들 세상, 마음껏 멀리 마음껏 날아라.
우리는 잊지 않고 사랑한다. 너희 날갯짓에 우리 힘 받아 또 올 봄 이겨낼 테니!

아이를 잃은 그해 봄이 두려웠던 어머니는, 이제 노랑나비로 돌아올 아이들의 날개짓을 떠올리며 다시 봄을 맞을 용기를 말한다.
그 힘으로 더 안전한 세상을 위한 나비효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아이들의 희생에도, 안전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다짐을 하는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과 응원을 보태고 싶었다.

구조될 수 있었던 생명들이 구조적 결함과 무책임으로 죽어야 했던 사건을 반복해선 안 된다.처벌되지 않은 책임의 역사를 끊을 때 비로소 사회가 안전해질 것이다. ‘기억과 빛’은 과거를 추모하는 역사적 공간이자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무지개 빛이 비추는 안전한 세상 : 미래세대를 위한 다짐, 기억의 보존

세월호 기억공간에는 무지개 빛 리본들이 있다. 한국사회의 참사의 역사를 추모하는 리본이다. 주황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노랑은 <4.16 세월호 참사>, 녹색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오송 지하도 참사>, 하늘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그리고 보라는 <10.29 이태원 참사>다. 이 리본들이 모이면 무지개 빛을 이루는데, 비온 뒤 무지개가 피어오르듯. 반복된 참사의 역사를 잊지 않는 마음의 무지개 빛이 모여 세상을 안전히 비춰줄 것이라는 걸 믿으며 기억을 담아갔다.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 | 정부의 공허한 위로, 시민이 만든 진심의 위로

애진 어머님이 딸을 기억하며 위로받던 공간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가 있던 시청 앞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참사 직후 정부는 위패와 영정없는 분향소를 유족 동의없이 설치했다. 이후 꼬리자르기식 범죄수사가 이어졌고. 이에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한 독립 조사 기구 필요를 느끼며, 이태원참사 후 100일이 되는 날, 시청 앞 서울광장 앞 분향소가 세워졌다. 당시 24시간 운영에도 새벽에 계속 줄지은 시민의 방문은 유족에게 큰 힘이 됐다. 유족들은 힘들 때 올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분향소를 여겼다고 한다. 딱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그저 그곳에 있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됐다고 한다.

“무엇보다 저에게는 서울 하늘 아래 애진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어요. 우리 애진이가 남겨진 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곳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발언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발췌>

분향소는 가족들에게 위로의 공간으로 존재했다. 시민이 건네는 위로의 손길이 유족에겐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10.29 이태원참사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

159명의 빛나는 삶과, 별들이 밝혀줄 사회의 안전망

참여자들은 기억소통 공간 <별들의 집>을 향하며 ”생명안전 건설하자“ 팻말을 들고 함께 걸었다.
도착한 <별들의 집>에는 159명의 참사 희생자의 위패와 영정사진이 놓여있었다.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경찰과 정부의 압력, 진실을 밝히기 위한 유족과 시민단체의 활동의 시간들을 볼 수 있었다.

참사후 1년 7개월 뒤, 진상 규명 특조위 출범.
2년 5개월 뒤, 피해자 구제위원회 출범.

시민들의 연대의 결과로, 독립적 진상 조사 기술의 설치를 목표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참사 1년 7개월 뒤인 지난해 5월 제정 됐다. 참사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다. 특조위는 이태원 참사의 발생원인, 수습과정, 후속조치 등 사실관계와 책임소재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모하며 피해자 권리보장 및 재발방지 대책으로 공동체 회복과 안전사회 조성을 위해 설립됐다. 참사 2년 5개월만에 ‘10.29 이태원참사 피해 구제위’ 운영이 시작됐다. 위원회는 피해자 구제와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피해자 지원 기간은 의료,심리지원의 경우 참사 후 최대 10년간 진행된다.
한국사회에서 참사를 회복하는 시간은 더디고 길었다. 9.11 테러 회복을 위해 미국이 최대 90년간 생애에 걸쳐 피해 회복을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사회가 참사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정부의 군중관리 실패’, 그럼에도 지속되는 정부의 참사 지우기와 책임 회피

17년 20만 명의 인파가 모였던 핼러윈 행사에. 22년 참사 당시 10만 명이 모였다. 1/2 인파에도 159명의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시위집회 현장에 인력이 몰렸고, 핼러윈 행사 장소에 경찰인력이 줄어들었던 점. 경찰의 인파 밀집 압사사고 안전관리계획 부재 등 군중 밀집관리 부실이 참사의 원인이었다. 당시 용산 경찰 서장의 대규모 인파 예고 보고 사전조치 불이행과 참사 현장 1시간 늑장 대응 지휘 소홀이 인재를 키웠다. 한명도 죽지 않을 수 있었고,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이 지난. 25년 5월, 이 전 서장은 1심 금고형에 그치며 풀려났다.

참사 발생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이후 ‘참사’는 ‘사고’로. ‘희생자’는 ‘사망자’로 바꾸라 지시했다. 근조 문구 없는 검은 리본을 패용하라는 지시가 각 기관에 내려졌다. 유가족의 의사도 묻지 않고 위패 없는 분향소가 일방적으로 설치 운영됐다. 참사 이후 피해자의 권리는 보장되지 못했다. 정부 기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동안 유가족들은 참사 관련 브리핑을 받지 못했고 수습 과정에 참여할 수 없었다.

온라인 혐오표현은 ‘2차 가해’를 지속했다. “놀러가서 죽은 것도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나”. “나라 구하다 죽었냐”. 현장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발생한 사건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의 현실이 댓글창에 담겨 피해자에게 화살을 겨눴다. 참사 현장 부근에 설치됐던 희생자 분향소 바로 옆에는 극우단체(신자유연대)가 농성장을 세우며 유족과 희생자를 향해 막말과 조롱을 가했다. 지속된 2차 가해 끝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는 159번째 희생자가 됐다.

22년 11월 초 이태원 참사를 다룬 한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유튜브 영상에 직접 댓글을 달며 자신의 피해 사실과 감정 등을 상세히 적었지만, 그 아래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 정부의 조치는 부족했다. 온라인상 2차 가해 댓글 중 일부 명예훼손 소지 글의 경찰 수사, 방심위 및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삭제 조치가 전부였다.

지난 이태원참사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북토크 현장이 떠올랐다. 북토크에 찾아온 한 중년 여성은 ‘부끄럽게도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고 밝히며’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 그때 작가 김초롱씨는 ’책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참사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느리지만 결국 옳은 방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광장, 민주주의

기억투어 끝에 도착한 10.29이태원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이태호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 ‘세월호 광장, 그리고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관점, 해석, 기억

이 위원장님은 강연을 열며, 우리가 기존에 ‘혼란스럽다’는 의미로 사용 하고 있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의 어원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중국 ‘여’왕은 폭정을 일삼았고, 이에 신하는 충언하며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이 강물로 흐르는 걸 막는 것 보다 어렵습니다.”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왕은 폭정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백성들의 반란으로 왕이 없는 ‘공화’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한다.

2500년 전 민중의 반란을 두려워 했던 귀족과 권력은 ‘중구난방’이란 용어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형용하는데 써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중구난방을 ‘민중의 입은 막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 이 예시를 통해 우리는 ’누구‘의 관점,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해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난자본주의> 먼저 패닉에 빠지는, 그 패닉을 이용하는 지배엘리트

재난의 상황에 각자도생으로 서로를 찢어지게 만들어, 냉소의 세상으로 ’자기 체제‘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나오미 클라인의 저서 <쇼크 독트린> 은 재난에서 재생산되는 각자도생적 체계로 ’지배계층이 살아난다‘고 말한다.
또한 이 위원장은 재난이 일어날 시 먼저 패닉에 빠지는 자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지배엘리트라고 짚었다. 지배자들의 “과하게 요구하면 어떡하나” 하는 공포는 먼저 총을 들고(허리케인 카트리나) 경찰을 부르고, 영정을 없애고, 리본을 거꾸로 달게 한다. 지배자는 혼란에 빠져도, 작심을 해도 세상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

<재난유토피아>

이 위원장은 또 하나의 관점을 소개한다. 리베카 솔닛이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제시한 ‘재난유토피아’ 개념이다.
‘재난 유토피아’는 위기 속에서 서로 돕고 연대하는 시민의 얼굴을 보여준다. 세월호 재난 위기 상황에서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들에게 건넸다. 참사 이후 시민들은 피해자와 연결되고 거리에 나섰다. 재난 상황에도 선한 이들은 ’연대‘의 약속을 지켰다. 죽음 이후, 연대의 경험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우리끼리도 스스로 긍정할 수 있어야 바꿀 수 있다고 전했다.

세월호참사: 4.16운동과 모두의 안녕 / 공동체에서 연대의 중요성

이어, 공동체 간 기본을 확인하는 것이 얼만큼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를 들었다.
세월호가 터진 1달 후 <지하철이 멈추는 사고>가 벌어졌다. “선로상 문제로, 기차가 잠시 섰습니다. 안전한 지하철 내에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기내 방송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이미 세월호 이후, 사회가 정한 안전 ’약속‘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모두 지하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는 공동체가 합의한 ‘안전의 약속’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보여준다.

이 위원장은 “가장 기본을 확인해야 한다. 안녕을 확인한다는 건, 내가 너의 이웃이므로 서로 안전을 확인하는 주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세월호참사 전(2013)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운동이나, 세월호참사 후 ‘이게 나라인가?’ 라는 질문은 서로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국가에게 ‘안전할 권리’라는 책무를 지게 하고자 하는 기본에 대한 질문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는 <재난 공동체>는 세월호, 이태원참사, 광주에도 있었다. 용산 강제철거,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운동, 한진중공업 등 누군가의 죽음 뒤에는 연대가 이어졌다. 이러한 운동의 결과로 우리는 지금의 안전을 누리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광장은 광장일 뿐. 중요한 건 다양성이 살아있는 ‘일상의 정치’이다.

세월호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탄핵까지. 한국은 민주주의가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이후 촛불혁명이 일어났지만 촛불개혁은 실패했고, ‘공정’의 오류, ‘혐오’가 증폭했다. 당시 신뢰지수는 정부, NGO, 시민사회 모두 올라갔지만 2019년 문재인 정권 <부동산 파동> 이후 꺾이게 됐고 이를 비집고 안전사회를 만들려는 시민연대를 ’갈라치고‘ ’각자도생‘을 만들던 존재였던 윤석열이 집권했다. 10.29 이태원 참사 등 재난참사와 산재 등이 반복되었으며 한국사회는 12.3 내란사태와 서부지법 폭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극우화와 정치적 냉소로 인한 불신의 사회에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주의 흐름 안에서 ‘세월호’의 역할을 대단하다고 말하면서도. ”광장으론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일상의 정치’이며, 우리의 다양한 목소리를 넣을 수 있는지, 시민의 의견 비율이 조절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전한다. 대한민국 설립의 과정에는 제주 4.3사건처럼 인구의 반쯤을 죽이거나 쫓아내서, 의견이 맞는 사람만 모여 살게 하는 이상하고 몹쓸 나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일상의 민주주의를 키워야함을 전했다. 대한민국의 K-민주주의는 자랑할 만 하지만, 다양성이 보장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연대와 연결

이상적인 연대의 모습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그 인식을 확장하는 것’이다. 아무도 배제하지 않는 연대가 서로 긍정적 협력으로 연결될 때 우리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간다. 10년간 지속된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진상규명 운동의 성과는 안전사회 체계 구축, 피해자 권리 보호의 인식 제고다. 대통령 탄핵과 촛불집회도 그렇다.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평화 집회를 통한 잘못된 정치구조와 왜곡된 공론장에 맞서는 시민들의 행진이 빛의 혁명을 이뤄 제도를 바꿔왔다. 이처럼 지속적인 연대와 연결로 다양성을 갖춘 민주주의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 나가며 : 죽음은 언제나 산자에게 숙제를 남긴다

기자를 준비하며, 세월호,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참사를 보며 <저널리즘 윤리>에 대해 고민했다. 유가족을 만나고,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유족의 입장과 안전사회를 위해 모인 그 숭고한 마음을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다.

강연 프로그램을 통해 참사 이후 반복된 정부의 참사 지우기 매커니즘에는 각자도생의 냉소사회에서 ’지배자들의 공포‘가 있었다는 걸 알게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참사 직후 ’희생자‘를 ’사망자‘로. 근조 리본을 뒤집어서 달게 한 배경에는 ’지배자의 패닉‘이 있다는 걸. 그러나 그러나 현실에선 달랐다는 것도 배웠다. <재난 유토피아>는 존재했다. 세월호 재난상황에서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벗어 건넸고. 이러한 선한 연대의 경험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이번 기억공간 투어에서 들은 유가족이 재발방지를 위해 싸운 그 마음을 절대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를 ’끝났다‘고 잊어선 안되며, 고통의 흔적을 개인이 홀로 짊어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현장에서 필요한 제도의 미비를 발굴하고 연대의 힘이 이어져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데 끝까지 동참해야겠다고 느끼게 된 강연이었다.

죽음은 언제나 산자에게 숙제를 남긴다.

언론인으로 살아가며, 그 숙제를 이번 생에 풀어나가야겠다. 최근 7월, 8월에 이태원 참사 현장 파견 소방대원 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뉴스를 접하며. 참사가 남긴 상흔과 치유의 과제에 PTSD회복이 절실함을 느꼈다. 한국화재소방학회 조사 결과, 서울 소방관 10명 중 4명은 트라우마를 경험하지만 실제 치료 비율은 1/4에 불과하다고 한다. ’1관서 1상담사‘ 기준에 미달해 ’1소방서당 1상담사 배치‘가 필요한 현실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예방-치료-회복 차원에서 찾고 적용해야겠다고 느꼈다. 국민을 지키다 트라우마를 얻은 분들을 제때 지키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 안전도 위협받게 되니까.

작가 한강은 말한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고.

참사의 죽음이 우리에게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누구를 보듬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다. 그 죽음은 또 다른 삶을 지켜내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남겨진 상처가 치유로 이어지고, 끝내 고통이 아닌 희망으로 기억되도록. 우리가 다짐해야 할 몫이다.

🎗️4.16청년아카데미 2강 현장 사진 보러가기

후기를 작성해주신 김예림(다행)님께 감사드립니다!

9/25 3강

"재난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4.16청년아카데미 3강 :
세상에게, 세월호로 시작된 질문을 건네다

작성자 : 한량

작성일 : 25.09.25.

당신의 질문은 무엇인가요? - 4.16연대 활동가 류현아

유해정 선생님의 강연에 앞서, 4.16연대 류현아 활동가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발표는 "세월호를 통해 내가 가지게 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세월호 이후의 첫 질문들

11년 전 4월 16일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아 활동가에게 세월호 참사는 큰 질문의 시작이었다. 4.16연대 활동가로 일하면서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에 남긴 질문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성장 중심 문화가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 공무원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참사를 키우지 않았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나는 왜 그때 밤을 새워 뉴스를 봤을까?
왜 거리로 나갔을까?
세월호 이후 무엇을 바꾸려고 했던 것일까?
세월호와 페미니즘, 차별 문제는 어떻게 연결될까?
세월호와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연결될까?

현아 활동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세월호 세대들을 만나며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던 중에 이태원참사가 발생하자 현아 활동가는 더 큰 절망감을 마주해야 했다고 했다. "놀러가서 죽은 사람들을 왜 기억해야 하느냐"는 사회적 반응은, 청년들의 놀이문화에 대해 한류와 K-POP을 세계적으로 내세우는 것과 대조적으로, 정작 청년들이 경시하고 조롱받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청년 세대의 불안정한 삶, 고도성장의 상실, 불평등한 고용구조와 자산격차, 그리고 기후위기를 보면서 느끼는 좌절감은 모두 "생명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사회"에 대한 질문으로 연결된다. 차별과 혐오가 방치되는 국가에서, 청년들은 동등한 시민이 맞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애도의 힘과 민주주의

현아 활동가는 "애도는 장막을 뚫고 오르는 힘"이라고 말했다. 세월호를 통해 시민들은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했고, 애도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음을 몸소 느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거부한 세대라는 다짐은 많은 청년들에게 정치적 출발점이 되었다고 했다.

현아활동가의 발표 이후 우리는 "우리들의 질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감하기란 무엇인가?"
"다양한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은 세월호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사회적 재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재난참사는 왜 반복될까?"
"세월호를 기억하는 우리는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할까?"
"현 시점에서 해결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각자의 위치에서 오롯이 가져왔던 질문들을 꺼내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않는 나라를 어떻게 믿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 적었다.

현아활동가의 발표를 들으며 한국 사회에서 반복되어온 수많은 참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1995),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1999),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2003), 세월호 참사(2014)와 이태원 참사(2022), 오송 지하차도 참사(2023), 최근의 아리셀 화재 참사(2024)와 제주항공 참사(2024)까지… 뉴스 너머로 접했던 수많은 사건 뒤에는 제대로 밝혀지지 못한 진실과 책임 추궁이 묻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재난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유해정 선생님 강연

4·16재단과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과 시민들이 뜻을 모아 4·16재단을 설립했고, 재난 피해자 지원, 기억·추모 활동을 수행해오고 있다. 2024년 1월에 4·16재단 부설로 문을 연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는 국내 최초 재난피해자들의 권리 증진을 주목적으로 다양한 참사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오늘 강연으로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센터장이신 유해정 선생님께서 "재난참사 진상규명"관련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반복되는 대형 재난의 현실

우리나라에서 1964년부터 2024년까지 10명 이상 사망한 재난은 300건 발생했다. (연평균 5건). 올해 3월 경북 의성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사망자를 비롯한 이재민이 36,000명 발생, 1조원의 피해를 입혔고, 작년 12월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추락사고로 179명이 사망했다. 시간을 조금만 뒤로 돌려 8월엔 부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다. 그 직전엔 화성 아리셀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나 23명이 사망했다. 재난이 점점 대형화·일상화·복잡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난 피해자들의 네 가지 요구

재난참사를 겪은 피해자들의 곁에 함께 하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요구를 종합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유해정 선생님이 강연에서 소개하신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요구는 참사마다 모두 다르지만,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진상규명
2. 책임자처벌
3. 기억과 추모의 공간 마련
4. 심리치유 지원.

이 요구들은 너무도 당연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늘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삼풍백화점 참사에서 502명이 숨졌음에도 삼풍백화점 대표는 겨우 몇 년의 형기로 끝났고, 서초구청장 등 권력 있는 인사들은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 가장 밑에 있는 사람이 희생양이 되는 현실이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목격자의 책임, 방관자가 아닌 방어자로

우리는 피해자들의 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강사님께 물었다.
강사님의 답변과 강연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모든 사회에는 세 번째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첫 번째는 피해자, 두 번째는 곁에서 싸우는 가족과 활동가, 그리고 세 번째는 자신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행동하는 목격자다.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방어자가 되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나 역시 강연을 들으며 ‘나는 단순한 목격자일 뿐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노란 리본을 달거나 추모제에 함께 참여하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피해자와 활동가들에게 힘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무게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작은 실천들이 모여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이 깊이 와 닿았다.

마음에 남은 울림

강연의 마지막에 유해정 선생님은 “재난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하셨다.
피해자가 아닌 우리가 정치적 책임을 결심하고 방어자로 나서야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이번 아카데미 강연은 단순히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에서 끝나지 않고, 내가 목격자로서 어떤 책임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성찰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작은 노란 리본 하나라도 그 의미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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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작성해주신 한량님께 감사드립니다!

10/2 4강

“재난 사회에서 살아남기 – 애도의 공동체와 문화”
- 박희정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4강 : 세월호라는 열린 질문, 멈추지 않을 이야기

작성자 : 현아

1부 강연 “재난 사회에서 살아남기 – 애도의 공동체와 문화” - 박희정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시작된 기록의 여정

네 번째 강의 시간, 박희정 작가님은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당시 김순천, 오준호 작가 등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임을 만들었고, 작가님은 2014년 6월부터 합류했다고 했다. 이미 '밀양에 살다' 같은 기록 작업 경험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작가님은 글을 쓰면서 인권 기록이란 무엇인가, 왜 기록단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갔다. "부재를 통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는 명제와 함께,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당했을 때 비로소 인권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한 개인의 시선으로 그 사람의 세상에 벌어진 일을 깊이 조명하는 작업이, 결국 구조적 진실까지 밝혀내는 빛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외로움들이 만난 애도공동체

박 작가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전국 50회 이상 이어진 기록집 『금요일에 돌아오렴』 북 콘서트였다. 당시 많은 시민은 참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몰라 고립되어 있었고, 피해자들을 마주하는 것조차 죄스러운 마음에 다가서기 어려워했다.

작가님은 그 자리에서 '시민들의 외로움'을 목격했다고 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내가 이상한가?"라는 질문을 혼자 품고 있던 이들이 모여, 서로 연결되고 혼자가 아님을 확인했다. 기록집 속 피해자의 일상은 결코 나의 일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구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자리였다.

강릉 북콘서트에서는 속초 반올림 활동가인 황유미 님 아버님을, 경주에서는 핵발전소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고통을 직시할 때 도달하는 진실, 기록을 통해 그 진실을 직면하는 일은 어렵지만, 함께 읽고 이야기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연결하는 공간의 힘을 발견했다. 이 기록집이 바로 애도 공동체가 형성되는 중심이었다.

애도가능한 조건으로서 기록활동

작가님은 기록 활동이 함께 언어를 만들어냄으로써 애도가 가능한 조건을 창출한다고 보았다. 현재는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 활동까지 이어지며, 더 다양한 위치에 있는 피해자와 시민들이 애도하고 애도될 수 있도록 그 언어의 지평을 넓히고 있었다.

인권 기록 활동이 단순히 글쓰기만 하는 정적인 일이라 여겨지기 쉽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고, 기다리고, 갈등하고, 조정하며 관계를 맺는 매우 역동적인 활동임을 깨달았다. 재난 참사의 서사를 새로 써 내려가는 작업이며, 우리 사회에 닫힌 질문을 열어내는 역할이었다.

기억은 길을 내는가?

강연을 마치며 박희정 작가님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기억은 길을 낸다"는 구호가 정말로 "가자 학살"을 막아내는 길을 만들고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닫힌 구호가 아닌 "정말로 기억은 길을 내는가?"라는 열린 질문이야말로 우리의 활동을 계속 이어가게 하는 동력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2부 이야기나눔

우리 사회의 기억문화는 어떠한가요?

2부에서는 그 질문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의 재난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우리 사회는 애도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고, 마음속 어딘가 뭉쳐진 감정을 쉽게 꺼내어지지 못하게 하고 사라지게 만드는 사회라고 했다. 분향소에 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앞에 서 있다가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기억들을 나누었다. 결국 '드러내기를 멈추고 숨기기를 선택하는' 사회라며 아픔을 토로했다. 각자 털어놓은 경험 속에는 "안타까워하지만 결국 타자로 분리하는 상황"이 타인에게나 자신에게나 마찬가지였다는 고백들이 이어졌다.

세월호, 나의 관점에서 서사 쓰기

이어 우리는 이야기의 힘이 크다는 데 동의했다. 두 번째 질문은 "나의 서사로 세월호 참사와 그 이후 시간들을 기록한다면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였다. 누군가는 최근 이태원 참사 구조 활동에 참여한 소방관의 PTSD와 희생을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트라우마"를 적어보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는 10대에 참사를 겪은 뒤, 기억교실에서 누군가의 '장래희망'을 보고 기자를 꿈꾸게 되었다며 기억하고 싶은 이들의 꿈에 대해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겪었던 세상에 대해 적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충격과 실망, 폭식 투쟁 등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자본주의의 행태, 목격자로서의 분노와 무기력" 등 복잡한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사람들이었다. 혐오와 차별을 기록하고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반면, 타인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해 적고 싶다는 희망의 이야기도 나왔다. "나 같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모임의 존재 의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세월호라는 열린 질문, 멈추지 않을 이야기

우리는 닫힌 구호보다 열린 질문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갈 수 있음을 발견했다. 애도는 늘 슬프거나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낳으며 삶의 전환이 될 수 있음을, 그러므로 기록할 수 있는 애도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해서 꽃피울 수 있음을 확인했다. 만약 재난 참사를 함께 목격하고 슬퍼한 이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받게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한, 무엇이든 늘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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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5강

애도의 확장, 재난참사와 사회적 죽음,
기후위기에 맞서 돌봄의 윤리로 새로운 공동체 만들기

🎗️4.16청년아카데미 5강 애도의 확장
: 재난참사와 사회적 죽음, 기후위기에 맞서 돌봄의 윤리로 새로운 공동체 만들기 후기

작성자 : 강 수 영
작성일 : 25.10.18.

다섯 번째 강의가 끝나던 순간,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좀처럼 마음이 깊이 움직이는 일이 드문데, 이날 나는 진심으로 행복했다.
무엇이 그토록 마음을 채웠던 걸까. 곰곰이 되짚어보았다.

1부 강연 : 애도의 확장, 돌봄의 윤리 ㅣ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류은숙(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강연자는 재난참사와 사회적 죽음, 그리고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왜 ‘돌봄의 윤리’를 다시 세워야 하는지를 단단하게 이야기했다.

돌봄은 사회를 재생산하는 힘이자, 공동체를 살아 있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애도의 언어였다. “애도는 우리가 과연 무엇을 잃었는가를 묻는 질문”이라는 그의 말처럼, 애도는 단순한 슬픔의 표현이 아니다. 잘 애도하는 사회는 같은 상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질문하고 대답하며 스스로를 고쳐 나간다.

그런데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회의원(국민의힘, 경북 구미시을)이 “이재명 정부가 세월호 선체 절단물을 팔아 수익을 냈다”는 왜곡된 주장을 내세워 세월호참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타인의 고통을 가볍게 다루는지를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 11년이 지난 지금도 애도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애도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곧 진실을 왜곡하지 않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류은숙 강연자가 강조한 ‘대항서사’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우리는 다시, 기억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폭력에 맞서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존엄성을 되찾아야 한다.

류은숙 강연자는 “모든 존재는 취약하다”는 사실에서 돌봄이라는 ‘대항언어’가 시작된다고 했다.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동물, 식물, 물건, 환경으로까지 관계를 확장해야 한다는 그의 설명은 돌봄이 세계를 다시 쓰는 윤리임을 상기시켰다. 문득 가족구성권연구소의 ‘연대와 돌봄의 법’ 보고서🔗가 떠올랐다.

그 보고서에서는 사회적 재생산의 모델을 ‘퀴어링한다’는 개념을 제시하며, 기존 사회가 ‘정상성’이라는 이름으로 배제해온 이들을 다시 관계의 중심으로 불러들이려 했다. 사회적 재생산을 단순히 노동력의 유지가 아니라 삶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의 구조 전체로 바라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살 만한 사회’란 강한 자의 사회가 아니라 서로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의존을 감추지 않는 사회일 것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류은숙 강연자는 그 가능성을 우리 안에서부터 실천하는 일상적 돌봄 속에서 보았다.

인권운동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는 돌봄과 투쟁의 현장을 오가며 두 세계를 하나로 엮어왔다. 투쟁이 돌봄이 되었고, 돌봄이 다시 투쟁으로 이어졌다. 그 경계가 사라진 실천의 자리에서 ‘살 만한 사회’를 가꾸는 이념과 철학이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2부 세월호와 민주주의, 너와 나의 거리

강의가 끝난 뒤에는 참석자들과 함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부터 2025년 4월 4일 윤석열 탄핵까지, 민주주의의 시간을 따라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나누었다. 누군가는 거리에서의 목소리를, 또 누군가는 일상 속의 선택과 변화를 이야기했다. 세월호와 민주주의가 결코 다른 주제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이어져 있음을 느꼈다.

흑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사회주의자, 엄마, 전사, 시인 오드리 로드는 이렇게 말했다.

백인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 있는 (시인이기도 한) 흑인 엄마는 우리의 꿈에서 속삭인다.
‘나는 느낀다. 고로 자유로울 수 있다.’

애도와 공감의 언어로 서로의 감정과 상처에 닿을 때, 세상은 조금 더 살 만한 곳이 된다.
말과 침묵, 시선과 공감이 오가며 우리는 서로의 민주주의를 돌보았다.

행복, 오늘 느낀 행복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감각이었다.
이 아카데미를 기획하고 함께 돌보아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각자의 삶과 민주주의, 그리고 돌봄을 나누며 조금 더 ‘살 만한 사회’의 방향을 함께 찾아가고 있었다.

“돌봄자는 늘 배터리를 남겨두어야 하거든요.”

스쳐 지나가듯 류은숙 강연자가 한 말이다.
돌봄은 자기 소모가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자신에게도 조금의 여백을 남겨두는 일이다.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돌봄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지혜였다. 남겨둔 배터리만큼의 따뜻함이, 다음 만남까지 우리를 이어주기를 바란다.

🎗️4.16청년아카데미 5강 현장 사진 보러가기

후기를 작성해주신 수영님께 감사드립니다!

10/22

4.16청년아카데미 맺음의 날

지난 10월 22일은 4.16청년아카데미를 마무리하는 수료식이 열린 날이자, 3주기 10.29 이태원참사 청년 추모 문화제에 함께 참여하며 뜻깊은 하루를 보낸 날이었습니다.

추모 문화제를 마친 뒤,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이태원참사 별들의 집까지 행진하는 동안, 우리는 세월호참사와 이태원참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함께하려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욱 확장되고 있음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소중한 분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이재현 님의 어머니 송혜진 위원장님과 애진 어머님, 아버님, 주영 어머님, 그리고 연주 언니 유정 님이 참석해 주셔서 아카데미 참가자들의 수료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셨습니다.

또한, 세월호참사 희생자 권순범님의 어머니 최지영 님도 함께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어머님은 짧지 않은 시간을 차곡 차곡 걸어온 참가자들을 격려하시며, "여러분과 같은 시민들이 있었기에 지난 11년 동안 흔들리지 않는 연대가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따뜻한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들을 영상으로 함께 되돌아보고, 평일 저녁 시간을 내어 참여해와주신 참가자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수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이제 4.16청년아카데미를 기획단으로 함께 해준 이규락 님이 남겨주신 전체 강연에 대한 소감을 통해 아카데미의 의미를 더 깊이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4.16청년아카데미, 맺음 그리고 새로운 시작

작성자 : 이규락
작성일 : 25.10.23.

🔍 재난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시간

4.16청년아카데미의 강연과 프로그램들을 통해 저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근래까지도 저는 재해가 인간이 다룰 수 있는 문제인가에 대해 가끔씩 질문을 던지곤 했었습니다. 이 강의를 통해, 저는 우리가 복합재난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의미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재난의 구조적 발생 요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뜻임을 배웠습니다. 국가와 기업의 인공적인 환경 설계에 재난의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재난 이후에 대한 대비와 복구만큼이나, 우리가 기존에 살아가는 물리적 인공환경이 더 이상 성장과 편의, 산업적 효율의 기준이 아니라 생명안전의 기준으로 다시 교정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재난에 의해 재편되는 불평등의 요인까지 세세히 살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민주주의와 생명 안전의 연결고리

때문에 민주주의의 실천은 사회의 생명 안전과 본질적으로 맞닿아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재난의 복합적 발생 요인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특히 사회적 약자들이 어떤 돌봄을 필요로 하는가를 제도적으로 수용하는 일은, 민주적 참여의 동등함을 모든 구성원들에게 확대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1강 4.16운동부터 5강 애도의 확장까지

전체 강연의 흐름은 4.16운동을 통해 재구성된 재난의 관점 변화와, 기억투쟁이 민주주의와 연결되는 지점을 다루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반복되는 재난참사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알아보는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재난참사에서의 진상규명의 의미와, 기록을 통한 기억의 의미를 짚고, 애도의 개념을 다층적인 개념에서 바라보며 대항언어로서 상호 돌보고 연대하는 것의 의미를 확인했습니다.

첫째 날,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의 '4.16운동의 의미와 역사' 강연은 4.16 참사 이후의 운동 전개를 통해 재구성된 재난에 대한 관점 변화를 다루었습니다. 강연에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재난의 역사를 추적하며, 재난 참사 앞에서 언제나 "재난은 우연적 사고"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책임을 부인하고 재난을 정쟁 대상으로만 조작하기에 여념이 없었던 국가의 모습을 지적했습니다.

반면, 4.16운동은 재난 참사가 우연한 '사고'에 머물지 않는 '사건'이라는 의미 지평을 열어냈음을 조명했습니다. 나아가 재난이 그저 자연적인 운에 따라 벌어지는 사고가 아닌 다중적인 사회적 실천의 실패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정의를 재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사고 프레임을 이용해 진실을 축소하고, 재난 피해자를 관리 대상으로 판별하며 시혜적 보상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생명안전기본법 등 확장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피해자 돌봄과 진상규명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책임자가 제대로 책임지는 사회가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2강, 이태호 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의 '세월호, 광장, 민주주의' 강연은 4.16운동이 광장에서 시민들을 결집하고 연대의 감각을 제공하여, 지배 엘리트에 맞선 기억 투쟁을 통해 안전사회를 열망하는 변혁을 일궈내고자 민주주의의 형태로 시도했음을 짚었습니다. 특히 나오미 클라인의 '재난 자본주의'와 레베카 솔닛의 '재난 유토피아' 용어를 빌려 상반된 두 개념의 차이를 진술하며, 재난 상황에서 지배 엘리트가 불신과 냉소를 재생산하는 악순환을 강화하는 반면, 대안적 대응으로서 재난에 의해 소외된 자들의 연결과 상생을 구축한 연대 사례를 통해 재난 유토피아가 가능함을 짚어주셨습니다.

이태호 상임집행위원장의 강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광장으로 상징되는 공간에서 임시적으로 연대하는 경험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세계 안에서도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감각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부족주의를 타파한 다양성의 세계를 확보하기 위해 다름을 같이 가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일상 속의 민주주의를 위해 기억 투쟁이 그 의미를 가진다면, 우리의 기억은 그 실천으로서 힘이 되리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3강,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은 '재난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것인가?'라는 커다란 질문 아래 진상규명의 의의를 짚었습니다. 재난 사건을 규명하는 일에서 사건과 연루된 일부 개개인의 위법행위에 집중하는 1차적 진실의 차원도 중요하지만, 특히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이윤 우선주의와 정부의 책임 회피 및 정책적 실패라는 구조적 문제를 짚어내며 사건의 사회적, 구조적, 관행적이거나 문화적 시스템적 결함을 드러내는 2차적 진실의 층위로 나아가야 할 중요성을 밝혔습니다.

나아가, 정의 실현의 양태를 살피며 회복적 정의와 응보적 정의에 대해 살피고, 양자의 개념이 서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센터장님은 재난 사건의 피해자, 가해자, 목격자의 위치성을 정의하고, 목격자가 '방어자'로서 실천할 때 피해자와 연대 가능한 사회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박희정 작가는 책 <금요일에는 돌아오렴> 북콘서트를 전국 순회하며 발견한 애도 공동체를 예로 들어, 각자도생의 생존만을 압박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우리가 애도함으로써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습니다. 박희정 작가는 '기억으로 길을 낸다'라는 명제가 질문형으로 바뀌어야 하며, 그 의미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을 모색했습니다. 일례로 이스라엘은 유태인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억을 국가적 자산으로 재구성하여 정파적으로 유리한 가해의 형태로 소환합니다. 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며, 우리 스스로 질문하고 그 답을 써 내려가는 기억 투쟁은 지속될 수 있음을, 그 과정 속에서 애도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강연은 류은숙 활동가님의 애도의 확장을 다룬 강연이었습니다. 류은숙 활동가는 '애도'란 우리가 과연 무엇을 잃었는가를 묻는 질문이자, 같은 상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를 찾아내고 실현하려는 지속적인 행동이며, 잊지 않겠다는 마음다짐이 아니라 계속되는 실천 속에서 가능하다고 짚었습니다. 이어서 류은숙 활동가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대항 언어로서, 우리 인간이 본래 취약하며, 상호의존성에 기반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하는 존재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능력주의적 잣대로 일방적으로 취약성을 판별하고, 그 기준에 의해 불평등이 배분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회를 재생산한다는 개념에서의 돌봄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를 '돌보는' 행위로서, 지금처럼 불평등 가득한 세계를 재생산하지 않는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그 방향을 짚었습니다.

👣 맺음의 날, 함께한 다짐과 질문들

마지막 맺음의 날에, 우리는 10.29 이태원참사 청년추모제에 함께했습니다.
함께 잊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기억이 다짐에 머무르지 않도록 실천으로 함께 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기억공간인 별들의 집으로 향하며, 지난 아카데미의 시간들을 되짚었습니다.

세월호참사를, 이태원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진실을 밝히겠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재난참사로부터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우리는 어떻게 함께 실천할 수 있을까.
애도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 변화는 어떤 모양이어야 할까.

다양한 질문들을 서로에게 건네고 답해보던 소중한 시간들을 마무리하며, 각자 꿈꾸는 변화에 함께 발 디디는 실천으로서 4.16청년아카데미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느슨하게 연결된 소중한 인연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피해자의 곁에서 사회를 바꾸는 일에 함께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 수료식, 맺음의 날 앨범보기

함께 해주신 🎗️4.16청년아카데미 참가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활동보고] 4.16기억약속문화제 "내일"_2025년 9월 [전국노란리본공방] 2025년_노란리본이 안산 청소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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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연대 활동

주요 활동 소식[활동보고] 🎗️4.16청년아카데미 - 세월호와 민주주의 (참가자 후기)

[활동보고]

🎗️4.16청년아카데미-세월호와 민주주의

9/11

1강 4.16운동의 의미와 역사

9/18 2강

기억공간투어 & "세월호, 광장 그리고 민주주의"

〈우리 잘 지내요〉

너희 없는 봄, 처음엔 너무도 무서웠지.

이젠 아주 조금 봄이 기다려진단다. 너희 이렇게 올 걸 아니까.

…(중략)…

돌아오는 봄은 너희들 세상, 마음껏 멀리 마음껏 날아라.

우리는 잊지 않고 사랑한다. 너희 날갯짓에 우리 힘 받아 또 올 봄 이겨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