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활동 소식[활동보고]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 10.29이태원참사를 기억하는 청년 북토크

[활동보고]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10.29이태원참사를 기억하는 청년 북토크


지난 주 목요일, 10.29 이태원참사를 기억하는 청년들이 모여 책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를 읽고,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분들과 10.29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을 모셔 이야기해보는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나눠진 이야기는 우리가 10.29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청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느낀 ‘애도는 무엇일까?’라는 큰 주제 아래 그 모양을 함께 찾아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별가족과 작가님과의 대화

박희정 작가님에게 이번에 발간된 책을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는지 여쭈었습니다. 작가님은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무거울까 책을 열어보기를 주저하시는 분들께, 이 이야기는 슬픔을 담고 있지만 아픔 속에서도 삶의 길을 찾아가는 분투의 기록을 이해하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으면 좋겠다고 답하셨습니다. 


기록단과 함께 인터뷰하고 책을 써내려가는 과정에 대한 질문에, 재현 어머님은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기억이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해석을 통해 계속 이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재현님을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친구들을 좋아하고 정의감이 강했던 재현이는, 친구들을 보낸 뒤 정말 많이 힘들어 했고, 결심을 하고 실행하기까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재현님이 남겨준 그러한 사랑들이 느껴져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같다며, 애정이 많은 아이로 기억해달라고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유정님은 동생 유연주님에 대해서 의협심이 강하고 잘못된 것을 꼭 짚어가는 성격이었다며, 사이버 수사관을 꿈꾸고 있었던 친구이기에 언니이지만 자랑스럽기도 하고 의지가 되는 동생이었다고 기억했습니다. 동생을 기억하는 마음에 언니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난 총선이 있던 3월에 청년들에게 생명안전에 투표해달라는 의미로 이태원참사가 있었던 골목에서 대자보를 작성했었고, 이에 대한 응답으로 대학교 내 대자보를 붙이는 연대를 경험했다고 답하셨습니다. 

이러한 연대처럼, 탄핵소추안 가결 관련해서, 계엄령 이후 광장에서 많은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어주셨던 것 처럼, 이태원참사같이 국가가 불의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때, 이태원참사 별가족들이 앞으로 이어갈 활동들에 대해서도 탄핵 이후 ‘모든게 해결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기억하고 함께 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책낭독과 함께 나눌 질문들

최호영님의 낭독

최호영님은 재현어머님 파트를 낭독하였습니다. “이런 인터뷰도 저한테는 재현이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 중에 하나예요. 기억이란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을 쭉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해석을 모아나가는 것”이라는 구절은 우리가 기억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희생자를 기억하며 유가족들과 함께 걷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은, 그 자리의 모든 이들에게 깊은 책임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한량님의 낭독

한량님은 책 속에서 별가족들이 시민들과 만났던 여러 지점들과 힐스버러 참사에서 시민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이뤘던 과정에 대한 설명 부분을 발췌하여 낭독했습니다. 애도는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에, 책모임을 가거나, 관련 영화 시사회에 참여하거나, 추모제에 참석하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간을 꾸리고 지키는 것, 또 가족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 밝혀내는 과정에서 시민이 책임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몫을 해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호영님과 한량님은 “여러분은 이태원참사를 어떻게 만났고 기억하기 위해서 어떤 시간들을 보내 왔나요?” “애도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남겨주셨고 이 두 질문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누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


애도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한 참가자분은 이태원참사도 충격적이었지만, 이후 책임을 회피하는 공직자들의 모습에 분노를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국가란 무엇이고, 어떻게 이렇게 국민들의 목숨과 생명안전에 대해 무감할까라는 질문을 많이 나누었으며, 교내 시사동아리를 통해 질문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대자보를 게시하는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펼쳐나갔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한 참가자분은 인권영화제에서 레즈비언 장례식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며 감독님과 애도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나누었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나일 수도 있었고 너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은 충분치 않다며, ‘사람의 이야기’이니까 애도할 수 있고 애도 받을 수 있다는 감각으로, 앞으로 애도의 권리를 확장해야 한다며 먼저 보낸 성소수자 친구들에 대한 애도로부터 펼쳐진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어떤 참가자분은 세월호참사와 이태원참사에 대해 냉담했던 혈연가족의 반응을 보며, '만약 내가 희생되어도 내 가족들이 별가족들처럼 싸워줄까?'라는 생각이 들어 쓸쓸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도 별가족들처럼 내 동생을 위해 싸울 수 있을까? 혈연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내가 그분들처럼 연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러고 싶어졌다’는 답을 찾았다고 답했습니다.

추모제에 참석했던 날의 감각에 대해 회고해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추모제가 있었던 광장은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집에 돌아가는 길은 왠지 쓸쓸했다고 당시를 떠올려주셨습니다. 밀도 있고 큰 감정들이 나만의 감정이라 생각이 들 때 외로울 수 있지만, 나만의 감정이 아님을 확인하는 자리가 더많이 만들어져야 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라고 밝힌 분은 분향소 지킴이를 하던 늦은 밤, 30분동안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우시던 한 분에 대한 장면이 오래오래 마음속에 남는다며,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연주 언니 유정님은 그리움에 대한 답변으로, 그리움은 여전히 아프고 계속 쌓일것이라며, 그리운 만큼 더 활동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게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닌데 왜 연대를 하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에, 여기 계신 분들이 유가족만큼 고통을 겪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같은 그리움에 대한 질문에, 재현 어머님은 순간순간 그리움이 계속 올라오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하루에 몇번만 그리워하자고 생각할 때도 있다며 아픔이 여전함을 전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움을 견딜 수 있는 에너지가 이런 만남들 속에서 만들어져간다며, 단순히 아픈 것 뿐만 아니라 웃으면서 그리워 할 수 있는 순간도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어 ‘우리는 왜 기억을 하고 애도를 해야 하지? 이 일이 나의 일이니 나는 기억하지만, 시민들에게 왜 기억해달라고 해야하지?’ 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다며 재현어머님은 애도가 우리를 더 성장할 수 있게 할 것이라 답하셨습니다. 아들을 보내며 죽음을 직면하게 되었고, 이렇게 억울한 죽음들이 재현 말고도 많이 있겠구나라고 우리가 어떤 세상에 있는지 감각할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이어서 단순히 어둡지만은 않게 감정의 격동이 넘치는 과정을 겪으며 ‘이런 세상에 살려면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하겠구나’라는 생각들로 이어졌다고 하셨습니다. 애도와 추모를 통해 죽음을 직면할 때 비로소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애도와 추모가 우리들의 앞날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한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이었으면 한다고 밝히셨습니다.

박희정 작가님은 재현 어머님의 말씀에 생각을 이어가주셨습니다. 이전에 죽음을 삶에서 멀리하고 치우기 급급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야 공적인 근거를 통해 죽음들을 사회적참사라 명명하고 애도가 무엇인지 많은 언어들이 주고받아지기 시작했다며, 애도는 단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이 아니며 우리가 자신만의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답해주셨습니다. 


북토크를 마무리하며 한 참가자분은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북토크를 계기로 책을 열어보자 둑방이 터지듯 어떠한 감정과 생각들이 쏟아지고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이정도의 무게감은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뾰족한 생각을 하게되었다며, 우리의 삶을 더 삶답게 만들고 현재를 살아가게 하는 힘으로 이어질 것이라 말했습니다. 


이태원참사 상황실장을 맡고 계신 미현님은 이태원참사에 대한 자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하나씩 하나씩 왜곡되고 함부로 뱉어지는 말들을 깨뜨리고 벽들을 허무는 순간들이 필요하다며 그 순간들을 만들어달라 참가자분들에게 당부하였습니다.


마무리하며

책의 표지에 뒤집어 씌여진 “이 선을 넘지 마시오”라는 폴리스라인의 문구는 우리가 참사를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안에 있음을 인식하고 행동으로 이어나가야 할 때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참사의 안에 있음을 느끼며,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이 곧 애도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자리였습니다. 이어지는 이태원참사 특조위 활동과 책임자처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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