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활동 소식[활동보고] 10.29이태원참사 2주기 청년추모문화제 "별을 보며 걸어갈게"

[활동보고]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청년추모문화제

"별을 보며 걸어갈게"

세월호에서 이태원까지 희생자들을 기리며 걸어간 청년들

  • 제목 : "별을 보며 걸어갈게"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청년 추모 문화제
  • 일시 및 장소 : 10월 23일(수) 오후 7시. 세월호 기억공간 앞(서울시의회 본관 앞)
  • 10월 4.16기억문화제는 이태원참사 2주기 청년추모제로 진행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둔 10.23. 수요일,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골목에서 희생된 159명의 청년들과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서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청년 추모 문화제는 청년들이 직접 청년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4.16 연대, 진보대학생넷,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의 공동 주관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취지에 공감하는 민주노총, 청년 진보당, 청년하다, 4.16 연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 대책회의가 함께 주최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로 별이 된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별을 보며 걸어갈게"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김지애 활동가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 소속)의 사회에 맞추어 추모 문화제는 4.16 합창단의 공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희생된 청년들과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길을 걸어온 청년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노래 ‘수고했어 오늘도'와 ‘종이연'이 세월호 기억공간 앞 거리에 울려 퍼졌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이영만님의 형제 이영수님의 글이 세월호 참사 10주기 옴니버스 영화 프로젝트 중 ‘드라이브 97’을 연출한 오지수 감독님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이영수 님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으로서 ‘감히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들어왔고, 이태원 참사 가족들에게도 같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면서도, 그 ‘감히'라는 말이 주는 거리감을 극복하고 사회적 참사에 관해서라면 우리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우리 모두가 어떤 죽음에 관하여 보편적인 연관이 있었음을 알고, 그들이 살았던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감히 헤아릴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시민의 마음이 사실 누구보다 우리의 마음에 가까이 있음을 알면서 슬퍼하되 용기를 잃지 않고 기억하는 일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참사를 막는 데 함께하자며 따뜻한 말을 전했습니다.

오지수 감독님은 이영수 님의 글을 전하며, ‘이 편지를 전해들은 우리의 마음속에 떠올리는 누군가를 기억하며, 계절이 돌고 돌아 봄이 오고 가을이 와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자'고 덧붙였습니다.

진보대학생넷 소속 숙명여대 재학생인 김다빈 님은 얼마 전 서부지법이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을 언급하며, 마치 국가가 참사의 원인을 회피하고 개인에게만 그 책임을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기득권 세력에게 맞서기 위해 특별법 제정 등 유가족이 일궈낸 성과들과, 그 곁에 선 시민들의 연대를 떠올리면, 좁아진 듯한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기득권이 가장 무서워하는 연대로 똘똘 뭉치자고 제안했습니다. 곧 다가올 이태원 참사 2주기 추모의 밤에서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며 발언을 마쳤습니다.

가수 윤숭님은 노래 ‘이곳에'와 ‘북악산'을 불러 참가자들의 마음을 공감했습니다. 

어쩌다 걷던 길에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환해짐을 감각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이렇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지금이 마치 함께 빗속에 있지만 주변이 환해짐을 느꼈던 순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빗속이라도 함께하겠다는 말과 함께 공감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 대책위 미디어팀 소속의 권오연 감독은 미디어팀으로 일하면서 느낀 경험과 감정을 나누었습니다. 권 감독은 막상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을 당시에, 엄청난 사건과 엄청난 슬픔을 누구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몰라 고민이 많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미디어팀 일원으로서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추모 영상을 만들며 가까운 친구들의 사진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끼며 나의 일상과 죽음이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재난 참사 피해자들을 향한 혐오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며, 왜 늘 죽음과 혐오가 함께 붙어 있는지, 허무가 아닌 방식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고민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죄책감이 오히려 참사로부터 우리를 거리두게 하는 것임을 알았다고 합니다.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얼굴로 나의 일상과 엮어냈듯이, 이 참사를 나의 일상과 멀지 않은 곳에서 엮어내는 과정을 통해 허무와 죄책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애도라는 마음이 참 소중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털어놓는 것이 어렵지만, 이렇게 함께 모여 또래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놀고 먹고 즐기는 것 같은 청년의 일상이 인정받지 못하기에 죽음 또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반대로 죽음을 인정한다면 우리들의 삶도 인정받을 수 있고, 참사의 곁에 있음으로써 나의 삶을 깊게 이해하는 경험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사진 : 참가자와 함께 추모하러 온 강아지)

마지막으로 이태원 참사로 인해 희생되신 고 이주영 님의 남매이신 이진우 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진우 님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몸과 마음이 먼저 2주기가 다가옴을 알아챈다며, 최근의 일상을 나누었습니다. 

2주기에 맞춰 진실을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희생자분들을 소개하는 글들을 직접 업로드하는 역할을 하면서, 따뜻하고 소중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2년 전에 멈추지 않고 만약 지속되었다면 어땠을까 떠올리면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온전히 이전과 같이 회복될 순 없겠지만, 같은 트라우마를 겪는 청년들에게도 더 이상의 트라우마가 반복되지 않도록 더 이상의 재난 참사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수 예람 님께서 노래 ‘허무에게', ‘나는 반대로 가네', ‘세상의 끝에서'를 들려주었습니다. 좌절과 무력감에 외롭고 지친 청년들을 위로하는 듯한 노래였습니다.

하늘을 향해 핸드폰 라이팅을 비추며 구호를 외친 참가자들은 이태원 참사 기억공간 ‘별들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가 있었던 시청 앞을 지나 도착한 별들의 집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마주보고 묵념을 올렸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따뜻하게 청년들을 맞이해 주셨습니다.



함께 참여해 주신 모든 참석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애도의 마음이 모여 유가족들에게 지지를 전하고 더욱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