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16일의 편지-2025년 2월] 자원 활동 체험 후기

2025-02-16


자원 활동 체험 후기

함께 해도 될까요?

 


자원 활동 참여 시민 진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나요?”

 

가족 단위로 세월호 부스를 들린 시민분의 질문이 생각나네요. 그 질문은 평소 세월호 관련 서명을 할 때 제가 뱉었던 말과 너무나도 닮아있어 그저 어색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저는 우연한 계기로 기억공간 설 상차림과 4.16연대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부스(이하 연대와 가협의 부스)에 살짝 손가락을 얹고 있는 지나가는 시민입니다. 지금은 윤석열 탄핵 집회 연대와 가협의 부스에서 일일 자원봉사자로 노란리본 스티커를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억공간 설 상차림에 참여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었습니다. 그간 제가 참여해도 괜찮은 건가, 하는 고민과 변명으로 4월 16일 열리는 행사에만 멀찍이 추모를 하고 가곤 했었는데, 그간 광장에서 연대라는 단어의 무게가 가벼워진 덕일까요. 그래도 떡국을 내주신다는데 빈손으로 가기가 그래 집 근처에서 떡을 사서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행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몰랐기에 한참 주변을 빙빙 돌다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그러다 불쑥 도와드릴 게 없을까요, 라는 말이 나왔고, 진짜 별거 아니지만 상을 닦기도 하고, 다른 시민 분이 가져다주신 언 식혜를 녹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처럼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다른 시민 분과 함께 자발적으로 방명록을 써주세요, 하고 권유하는 일을 하면서 좋다, 내년에도 함께하면 좋겠다 그런 얘기를 하다가 그때 만난 경희 활동가님께 돌아오는 토요일에 집회 오시면 연대와 가협의 부스에 꼭 오시라는 초대를 받게 됐습니다.

 

연대와 가협의 부스는 매번 들리는 곳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초대를 받았으니 또 빈손으로 갈 수는 없겠다 싶어 토요일 아침, 집 앞 떡집에서 떡을 좀 사 갔습니다. 떡집 사장님께 오늘 연대와 가협의 부스에도 나눠드리고, 집회 현장에도 가져간다니 할인해 주셔서 두 상자를 저렴하게 구매했답니다. -그때 사간 떡은 소분해 동덕여대 1인 시위 학생분들께도 드리고, 다른 부스에도 들려서 나눴습니다- 원래는 떡만 드리고 갈 생각이었는데, 이날도 있던 일정이 취소되어 일찍이 부스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부스를 세우고 계시기에 자연스럽게 도울 게 없냐며 부스 안으로 들어가고, 스티커를 나눠주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늘 지나가며 부스 안에 사람들에게 건네받던 스티커를 나눠주는 처지가 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날 만나기로 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었다며 만나고 싶다면 연대와 가협의 부스로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친구들 역시 자연스럽게 들어와 도와줄 게 있냐며 묻더니, 지금은 이 주차 일일 자원봉사자로 함께 토요일 집회의 부스에서 함께하고 있습니다. -네일아트처럼 손톱에 붙이는 아이디어는 함께해준 지인의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저도 집에 세월호 노란 리본이 잔뜩 있기에 연대와 가협의 부스를 지나갈 때마다 작은 스티커 하나만을 챙겨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나눠주는 입장이 되니 왜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지 알겠더라고요. 부스 안으로 들어오기 전만 해도 4.16세월호참사는 저에게 굉장히 슬프고, 굉장히 아프기만 한 기억이었습니다. 부스만 봐도 울컥하는 것들이 있었죠. 하지만 막상 부스 안에 들어와 제가 외부인으로 슬픔에만 젖어 선을 긋고 참사로만 4.16세월호참사를 바라보는 그 긴 세월 동안 그 누구보다 가깝게 연대 해오던 사람들, 시간 내 연대와 가협의 부스에 들려 자기 리본을 보여주던 사람들, 서명 동참을 부탁하는 말에 벌써 자기는 이미 했다며 뿌듯해 하는 얼굴의 사람들, 갑자기 가방을 열어 과자 한 상자나 작은 선물을 건네주며 총총 사라지던 사람들을 보면서 한 명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던졌던 “우리 삶의 노란 리본”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저도 비슷한 말을 하긴 했지만 어떤 참사든 해결이라는 단어는 붙을 수 없겠죠. 하지만 적어도 유가족이 참사와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 수 없고, 잘못을 한 사람들이 제대로 처벌 받지 않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든 참사에 투쟁이 붙지 않는 세상을 위해 걸어온 걸음을, 발들을 기억합니다.

 

여전히 저는 저를 지나가는 시민이라 소개하지만, 그래도 이번 연을 계기로 시간 될 때 4.16세월호참사에 관한 행사에 삼삼오오 손잡고 방문도 하고, 슬쩍 손이 필요하신지 여쭤보러 오겠습니다. 참고로 저 같은 내향인도 했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부스 밖 여러분도 부스 안에 손가락을 얹을 수 있습니다. (소곤소곤)

 

마지막으로 이번 2월 15일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연대의 장, 세월호참사 관련 대통령기록물 공개와 내란 기록 대통령기록물 봉인 저지를 위한 국민 청구인 & 국민 청원인 모집에 많이 참여해 주세요. 혹시나 이 글을 제가 공유해 보고 있는 내 지인들아, 이미 했겠지만, 다음에 하겠다고 미루고 아직 안 했다면 하러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