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결의문] 4.16연대 2023년 9기 정기총회 특별결의문

4.16연대 2023년 9기 정기총회 특별결의문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모두 다른 곳에 있었으나, 같은 곳을 향해 질문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면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아 세월호참사 피해자들과 한곳에 모였다. 국가 부재의 목격자로서, 304명의 가슴 아픈 희생 앞에 세월호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하고, 반드시 진실을 찾고 책임자 처벌을 통해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사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우리는 광장과 거리에서 국가에게 질문했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책임한 정권을 끌어내리고,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8년 12월 발족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3년 6개월간 진상규명 조사를 마친 뒤, 종합적인 세월호참사 조사결과 보고서를 내놓았다. 우리는 사참위에게 “왜 세월호는 침몰했는지”, “왜 국가는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국가는 진실을 덮으려고 했는지”에 대한 답과 재난참사에 대한 총괄적인 진단 평가, 그리고 재난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책무가 무엇인지 방향을 제시해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사참위가 내놓은 조사 결과는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시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사참위는 세월호의 직접적인 침몰 원인을 결론 내지 못했으며 구조하지 않은 정확한 원인을 드러내지 않았고 해경과 청와대 컨트롤타워의 대응 연관성도 드러내지 않았다. 또한 당시 정권이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시민을 정부 전복 세력으로 규정하고, 국가 공권력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등 국가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정부는 국가가 보유한 세월호참사 관련 기록을 공개하지 않거나 일부만 공개하며 가족과 시민의 염원을 외면했다. 국회는 세월호참사를 정쟁으로 만들었으며 재난 참사의 진실과 피해자 권리에 대한 의무는 내팽개쳤다. 국가의 존재 이유와 책임에 대한 온전한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은 우리의 몫으로 되돌아왔다. 

더딘 진상규명 과정에서 세월호참사 책임자들을 어렵게 법정에 세웠으나, 책임자 처벌을 향한 우리의 의지는 거대한 사법부의 벽 앞에 가로막혔다. 국가책임 손해 배상 소송에서 구조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과 함께 기무사에 의해 자행된 피해자 불법 사찰이 2차 가해임이 인정되었다. 그렇지만, 검찰 수사 단계부터 외압과 의지 부족에 이어 재판부의 소극적 법 해석에 의해 구조 의무를 방기한 해경지휘부와 국가위기 컨트롤타워 책임자, 불법 사찰을 자행한 국정원, 경찰 등의 정보기관의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은 제대로 묻지 못했다.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오롯이 기억하고 추모할 권리는 위협당했다. 광화문 광장 공사를 이유로 서울시의회 앞으로 이전한 세월호 기억공간은 서울시의 세월호 기억 지우기에 의해 새로운 공간 조성 협의가 중단되었으며, 서울시의회로부터는 계약기간 연장 불가와 행정대집행 등으로 존폐를 위협받고 있다. 4.16생명안전공원과 안산 마음건강센터 등 약속했던 기억/추모사업은 정권과 지자체의 의지 부족과 딴지걸기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월 29일, 159명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였다. 예견할 수 있었으며, 예방할 수 있었지만 세월호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는 없었다. 국가가 자신의 책무를 방기한 결과로 살 수 있었던 159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2014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며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국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은 세월호참사 이후 피해자와 시민들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노력을 깍아내리고 폄훼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우리는 재난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의 벽, 국가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의 벽, 기억과 공감의 벽 앞에서 수없이 좌절하였에도 우리는 지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진심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 진실을 찾아 무너진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마음, 다시는 가슴아픈 참사가 재발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서로 지지하며 이 길을 걸어왔다. 우리는 단단한 연대 위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밝혀진 진실들의 조각을 맞추어 새로운 진실을 모색하고,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보장과 안전사회의 새로운 역사를 세워갈 것이다. 서로를 향한 마음, 진실을 향한 약속, 안전사회를 향한 다짐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세월호참사 전후 발생한 잘못과 폭력에 대해 국가의 책임 인정과 사과, 추가 진상규명을 비롯한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관철할 것이다.
사참위는 세월호참사 및 그 이후 발생한 국가 잘못과 폭력에 대한 국가책임 인정과 사과를 권고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국가의 책임과 함께, 진실을 알고자하는 정당한 요구를 막고 권력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공권력을 총동원하였던 국가의 범죄행위에 대해 국가는 국민과 피해자 앞에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추가 진상규명 등 후속조치를 약속해야 한다. 또한 더이상 재난참사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가 국가의 잘못과 방해로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재발방지대책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 잘못과 폭력에 대한 인정/사과를 통해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와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여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 사회의 기초를 쌓을 것이다. 또한 사참위가 국가에 공식 권고한 재발방지 대책과 추가 조사 등의 권고가 이행되도록 끊임없이 싸울 것이다. 

진상규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공론화하고 시민의 힘으로 진실을 향한 길을 열어갈 것이다.
지난 9년간의 진상규명 작업은 피해자와 시민들이 지난 9년간 국가의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연대와 투쟁을 통해 한 걸음씩 진전되어 왔다. 사참위가 완수하지 못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작업은 끝나지 않았으며 우리는 스스로 진실을 찾을 것이다. 국가에게 국가폭력에 대한 추가조사를 요구함과 동시에, 침몰 원인과 해경 및 청와대의 구조 대응 적정성 등에 관한 진실을 찾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대통령 기록물과 정보기관의 기록 공개를 통해 우리의 알 권리를 실현할 것이다. 현재까지 취합한 기록물의 정리와 함께 열람 및 활용 체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인 진상규명 활동의 전망을 마련해나갈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밝혀진 진실과 밝혀야 할 진실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공론화하여 시민과 피해자의 힘으로 함께 진실을 향한 길을 열어갈 것이다 

참사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책임자 처벌 과정에서 마주한 ‘수사기관의 무능함', ‘시민의 안전권과 국가 책임에 대한 재판부의 소극적 법해석과 무지’ 등 수많은 장벽을 비판하고 허물어 나가며 사회적 재난참사에 관한 정의를 구현할 것이다. 책임자 처벌은 국가 책임을 인정케 하는 중요한 과정이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국가 책임을 명백하게 묻는 과정이다. 현재와 같이 말단 공무원만 처벌하는 꼬리자르기식의 처벌로는 국가 차원의 책임 인정 및 반성을 도출할 수 없다. 책임자 처벌을 통해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교훈으로 남겨,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치유할 것이다. 

시민의 안전권과 재난참사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이다.
재난참사 피해자는 진실을 찾는 길에 알 권리, 기억/추모를 통해 애도할 권리, 건강할 권리, 공동체 회복과 함께 시민들과 연대하고 행동할 권리를 보장받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와 그 이후 이어지는 피해자 권리 침해에서 확인되듯 시민의 안전권과 피해자의 권리는 여전히 무시당하고 침해받고 있다.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우리는 세월호참사 피해지원 특별법의 입법 미비 사항 개정을 통해 피해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또한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여 국민의 안전권을 명시하고 안전권을 보장할 국가 책임을 명문화할 것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독립적인 기구에 의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가 가능하도록 중대재난에 대한 상설적인 독립조사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입법에도 앞장 설 것이다. 더불어, 중대재해 발생시 국가와 공무원의 책임을 처벌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하고 시민 안전을 위해 재난안전 관련 법령과 조례 제∙개정 활동에 나설 것이다. 

세월호참사를 온전히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각종 기획사업이 차질없이 완수되도록 힘을 모을 것이다.
정권과 지자체의 장이 바뀌었다고 기억/추모 사업에 차질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4.16생명안전공원의 건립과 세월호 선체 보존 작업이 차질없이 완수되도록 감시하고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다. 우리는 기억과 추모의 권리를 방해하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금 기승을 부리는 피해자에 대한 혐오와 모독, 정략적 방해 책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는 인간다움의 가장 기초적인 발현이며, 커다란 슬픔에도 멈추지 않고 희망과 변화를 찾아 연대하고 행동하게 한 동력이다. 우리는 세월호참사를 온전히 기억하고 추모하며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시 뜨겁게 모일 것이다. 

재난참사 피해자들과 더 강력하고 든든하게 연대하여 세월호참사 10주기를 준비할 것이다.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4∙16재단, 4.16시민 간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다가오는 세월호참사 9주기, 10주기를 계기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 운동이 나아갈 바를 밝히기 위해 마음을 모으고 머리를 맞댈 것이다. 반복되는 재난참사의 고리를 끊기 위하여 세월호참사 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난참사로 인해 눈물 흘리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할 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의 연대 등 다른 재난 참사 피해자 연대를 강화하고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책임에 관한 시민사회 연대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안전사회를 향해 손 맞잡고! 끝까지 함께, 반드시 진실!
우리는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함께 세월호참사를 목격한 시민으로서, 서로의 다짐에 의지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진실과 정의를 찾아 나서는 이 여정의 길에서 누구의 고통도 외면하지 않고 손을 마주 잡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걸어갈 길은 희생자 앞에서 맺은 약속을 지키고,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안전사회를 향해 손 맞잡고, 끝까지 함께, 반드시 진실>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2023년 3월 11일
4.16연대 2023년 9기 정기총회 참가자 일동